일본 직장생활 시작

일본이야기 2010/04/18 23:20 PlusAlpha
일본의 모든 사회가 새롭게 시작하는 4월 1일, 나도 새로운 직장에 첫 출근을 하였다.
채용이 결정된 직후 숨 돌릴 틈도 없이 출근해야만 했던 한국 직장과 달리, 이미 2개월 전에 채용통보를 받고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첫 출근하고난 소감은 이랬다.

“이야... 이거 장난이 아닌걸...”


1년동안 집안에서 전업주부 노릇을 하다가 오랜만에 출근을 한데다, 낯선 일본 직장 분위기에 무척 긴장하여, 처음 이틀은 집에 돌아오면 정말로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상황으로 지쳐 있었다.

외국인 자격으로 채용된 것이 아니고 일본인과 똑같이 채용되었기에(체류자격 “일본인배우자등”은 일본에서의 취업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외국인이라고 봐주는 것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아주 조금은 배려해 주겠지 하고 기대했었는데... 절대 아니었다...ㅜㅜ
다른 일본인들과 똑같은 업무... 그것도 혼자서 수십 명을 상대하며 하루에 메일을 수십 통씩 주고 받으며 처리해야 하는 업무...ㅜㅜ

아..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과연 이 일을 제대로 잘 해낼 수 있을까... 막막하고 두렵기도 했다.

업무 인수인계는 얼굴도 모르는 전임자가 남겨놓은 6페이지짜리 인계서가 전부.

나머지는 혼자 알아서,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물어가며 일을 배워야 했다.
그러면서 벌써 보름이 지났고, 첫 월급도 받았다. 정말 파란만장한 보름간이었다.
사실 몇 달은 더 지나야 완전히 업무에 익숙해질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막막하고 두려운 기분은 사라졌고 약간 적응이 된 듯, 조금씩 재미있다는 기분도 들기 시작했다.


그나마 직장의 성격이 한국에서 일하던 직장과 비슷한 점(연구기관이라는 점) 이 있어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직장에서 쓰는 일본어(이른 바 “비즈니스 일본어”)는, 특히 메일에 사용하는 일본어는 일상회화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도 만만치 않다.
이곳에서는 전화로 하면 간단히 해결될만한 일도 웬만해서는 전부 메일로 연락을 한다. 기록이 남기 때문에 정확하다는 점, 전화해서 자리에 없거나 상대방이 바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메일로 연락하는 것이 효율 적이라는 점 등이 그 이유라고 한다.
메일을 받고도 찬찬히 생각할 시간이 없이 즉시 답장을 해야 한다. 답장할 내용 자체도 잘 몰라서 알아봐야 하는데, 그것을 정확하고 예의바른 일본어로 답장을 써야 한다는게 어찌나 부담스럽던지...
처음에는 한 통 한 통 새 편지함에 쌓여갈 때마다 막막했는데, 이제 조금 할만해졌다.

매일매일 하루하루가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빨리 이 직장에서의 업무가 아무렇지도 않고 당연하게 느낄만큼 적응되었으면 좋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10/04/18 23:20 2010/04/18 23:20

트랙백 주소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NIXXXON 2010/04/19 0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드 트레이닝, 대단하십니다~
    간밧떼구다사이~ ^^;;;

    저도 얼른 일본어 실력이 올라서
    비지니스 일본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2. 박주일 2010/04/19 1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심 제가 다 설레고 걱정도 되었는데 역시 잘하고 계시네요. 정말 피곤하고 힘드시겠지만 설레는 일이 생긴 것은 무한 축하드려요. 너무 긴장 마시고 잘 챙겨드시고... 암튼 정말 잘 하실 것이기에 걱정은 안해요. ^^

    * 저 유월에 후쿠오카로 가족여행 가요. 아마도 뵙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일본 하늘을 보면서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다음엔 꼭 뵈러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PlusAlpha 2010/04/24 2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뭐 설레는 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해 나가고 있습니다.
      후쿠오카 여행 가시는군요.
      다음번엔 도쿄쪽으로도 오세요~

  3. hibiki 2010/04/29 0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역시.. ㅠㅠ 화이팅입니다!! 9월 연주회는 오실 수 있으려나. 저도 슈카츠 시작했어요. ^^;; (콘카츠 보다 그쪽이 더 현실적일 듯 하여..)
    힘내세요!

    • PlusAlpha 2010/05/02 0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슈카츠모 콘카츠모 감밧테 쿠다사이.
      9월 연주회는 날짜가 언제인가요? 최대한 가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참고로 9월 첫째주 토일에 오케 합숙 있는데... 그날이 아니길...

  4. hibiki 2010/05/19 1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9월공연은 12일이에요. 장소는 노바홀, 전이랑 같구요. 곡은 시벨리우스 2번/민둥산의 하룻밤/로미오와 줄리엣(차이콥).
    그리고 6월 27일에 베토벤 3번 공연 있어요-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이랑. 이것도 오실수 있음 대환영-
    알파님도 연주회 하시게 되면 꼭 불러주세요 ^^/

    • PlusAlpha 2010/05/20 2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프로그램 좋네요.
      두 번 다 간다고 장담은 못하겠지만...(오케 연습이 항상 일요일이라...) 둘 중에 한 번은 꼭 가볼 수 있도록 할게요.^^

  5. 오은영 2010/05/26 08: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 일을 시작했다니...축하한다. 해양관련 연구소라...미래지향적인 연구소네...건강하게~ 행복하게~ 주님의 은총이 충만하여 평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