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회동

일기 2004/06/10 23:04 PlusAlpha
초등학교때 친하게 지내던 삼총사의 회동이 있었다. 재작년 12월에 만나고 1년 반만에 만난 것이다.
셋 중 유일한 주부인 친구네 집에서 모였는데, 별로 마땅히 사들고 갈 것이 없어서 가까운 빵집에서 치즈케익을 사갔다.
빵집아저씨가 케익을 포장해주면서 "초는 몇개 드릴까요?"라고 물었지만 나는 "뭐 생일도 아니니까 초는 안주셔도 돼요"라고 하고 그만 그냥 와버렸다.
그런데 그 집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이것이 엄청난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의 네 살짜리 딸이 케익을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하면서 어서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자고 했던 것이었다.
아이들 있는 집에 케익 사오려면 초를 많이 얻어오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인데 그걸 일부러 빼놓고 오다니... 라며 질책아닌 질책을 받고 말았다. -.-;;
케익 절단은 저녁을 먹고 나서 나중에 했는데, 아이가 초가 없는 것을 너무너무 서운해 하는 바람에 결국은 정전됐을 때 켜놓는 굵은 양초를 하나 꽂아놓고는,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 끄고, 다시 불 붙인 뒤에 생일축하 노래 부르고 촛불 끄고... 이러기를 다섯 번쯤 반복한 뒤에야 케익을 자를 수 있었다. -.-a
그런 다음 삼총사가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주고 받았던 편지들을 꺼내놓고 각자 자기가 쓴 것을 꺼내서 읽어봤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글과 그림들.... 항상 편지 끝부분에 따라다니는 답장 꼭 써달라는 압박... ㅎㅎ
몰랐는데 내가 고등학생때는 공부와 빡빡한 학교생활에 대한 스트레스가 꽤 있었던 모양이다. 고등학교시절에 쓴 편지에는 대부분 학교일과 공부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는 얘기들뿐이었다.
오랜만에 내 어릴적 흔적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요즘은 편지라는 것을 쓴 적도 없고 일기도 제대로 안쓰는데...미래의 나는 지금 이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으려나...?
지금부터는 좀 더 부지런히 기록을 남기도록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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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0 23:04 2004/06/1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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