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don Kremer & Kremerata Baltica Concert

일시 : 2007. 6. 22.(금) 20:00
장소 :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프로그램 : Gustav Mahler - Adagio from Symphony No.10
                 Dmitri Shostakovich - Violin Sonata op.134
                                               (for violin, percussion & string orchestra)
                 Giya Kancheli - Little Daneliada
                 Astora Piazzola - Four Seasons in Buenos Aires

 고전부터 현대 음악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아우르며 자기 고유의 색채를 지켜나가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와 그의 현악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의 내한 무대!

'현존해있는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 카라얀

'무한한 상상력을 지닌 독특한 연주자, 그가 연주를 멈추고 있을 때에도 그의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 LA Times

'기돈 크레머의 연주는 청중들의 마음을 이리저리 갈라 놓았다. 청중들은 크레머의 활에 따라 흔들거리다가, 침몰했다가, 경탄했다가, 열광했다. ...........객석 2004, 10

  4대 국제 콩쿨을 휩쓸고 연주자가 된 이후 세계의 대음악가로부터 '바이올린계의 혁명가의 대명사' '신들린 연주자' '파가니니의 환생''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등 온갖 별칭과 찬사, 존경을 받고 있는 현존하는 21세기 최고의 거장 기돈 크레머 Gidon Kremer!
100여장이 넘는 음반을 통해 크레머의 지칠 줄 모르는 음악적 여정은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알프레드 슈니트케, 아르보 패르트, 존 아담스, 아스토르 피아졸라 등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기 작곡가들의 음악을 전파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크레머의 고향 라트비아 출신의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된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그의 자유로운 예술 정신을 바탕으로 기존의 정형화된 클래식 레퍼토리의 틀을 깨는 도전 의식과 치밀하고 날카로운 앙상블로 97년 창단 이후 몇 년 만에 세계 정상의 실내악단으로 인정 받고 있다.
 눈부신 테크닉과 끊임없는 음악적 실험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기돈 크레머와 고전의 뼈대 위에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현악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의 이번 연주회는 항상 음악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우리에게 전하는 듯 한다.

출처 : 성남아트센터 홈페이지


오랜만에 음악회에 다녀왔다.
토요일이 공연을 가기에 가장 부담없는 날인데,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하면서 토요일 공연은 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돈 크레머 공연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성남아트센터에는 처음 가봤다. 분당이라는 곳은 이상하게 갈 기회가 거의 없었던, 나에게 심리적 거리감이 상당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이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 이후였는데도 집 앞 정류장에서 좌석버스 한 번만 타고 35분만에 성남아트센터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었다.

기돈 크레머는 사진으로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많이 늙어보였다. 백발에 흰 수염까지 기르고 나와 더 그렇게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명성에 걸맞게 훌륭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첫 곡을 비올라 솔로로 시작하더니 내내 비올라의 비중이 상당히 컸다. 그 뿐만 아니라 기돈은 모든 연주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아끼는 느낌이었다. 곡이 바뀔 때마다 악장이나 풀트, in-out side 배치가 수시로 바뀌었다. 곡이 끝나고 박수를 받을 때는 객석은 물론 뒤돌아 연주자들을 향해서도 허리 굽혀 정중히 절을 했고, 마지막에는 수십 명의 연주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나누었다. 실제로 내가 보기에도 모든 연주자들의 기량이 뛰어나 보였다. 모두가 자신감 있고 여유있는 표정이었고 음색과 호흡도 한 사람이 연주하는 것처럼 일치하였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런 공연이어서 R석 티켓을 5만6천원 내고 본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이번 공연의 레파토리는 잘 모르는 곡들이었다. 그나마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정도였지만, 이 곡 역시 익숙한 곡은 아니었고, 최근 직장 일이 너무너무 바빠서 예습은 전혀 하지 못했다.
공연 이틀쯤 전에 강아지맘님이 블로그에 올려주신 칸첼리의 "Little Daneliada"를 딱 한 번 들어봤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 번 들어본 곡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곡은 감상할 때의 이해도가 확실히 달랐다.
악기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의 목소리까지 포함된 인상적인 곡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단 한 번 들어본 곡이 그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다니 놀라웠다.

또한, 이번 공연은 활 등으로 현 때리기, 브릿지와 테일피스 사이를 활로 긋기 등 다양한 새로운 연주기법을 볼 수 있었다.
하모닉스와, 글리산도도 수없이 많이 등장하였다. 쇼스타코비치 소나타였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느 한 곡에서는 정말 "하모닉스의 압박"이라는 표현이 필요할 정도로 하모닉스로 연주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하모닉스라면 소리를 내는 것조차 쩔쩔매는 왕초보 입장에서 볼 때, 하나도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하모닉스를 하면서 비브라토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

다른 공연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나올 때 나도 모르게 나까지 긴장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너무나도 편안한 마음으로 행복감에 젖어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관중들의 매너도 나쁘지 않아(공연시작 직후에 어디선가 핸드폰 벨소리가 딱 한 번 들리긴 했지만) 더욱 기분좋게 볼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피아졸라 곡으로 추청되는 두 곡을 앙코르로 연주해 주었는데 첫곡은 비브라폰을 무대 중앙으로 가져와 협연하였다. 보기드문 비브라폰을 구경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었지만 현란하고 화려한 연주도 매우 멋졌다.

오랜만에 만족스런 공연을 보고 오니 행복하고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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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5 00:53 2007/06/2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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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레타 발티카 연주회

    Tracked from Violinholic의 바이올린 이야기 2007/06/25 10:18  삭제

    오늘의 연주회. 동호회에서 공동구매로 30% 할인된 가격에 간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레타 발티카의 공연.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은 성남아트센터 홈페이지 참조| Relative post | 성남아트센터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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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iolinHolic 2007/06/25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발의 머리와 수염을 달고 나타난 기돈 할아버지(?)의 모습이 낯설었지만, 정말 유쾌한 공연이었지요. 공연이 즐겁다? 라는 느낌을 간만에 느꼈네요. 특히 거만한듯 하면서 자신감에 차있던 1바이올린 젤 앞 남자단원이 인상적이었어요. 또한 실력도 출중했고요.

    3번째 곡인 Little Daneliada는 정말 즐기면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이..

    • PlusAlpha 2007/06/25 23:2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세 번째 곡이 젤 재밌고 맘에 들었어요. 엄숙주의 탈피를 시도하는 기돈 크레머 아저씨의 탁월한 선곡이었다는 생각이...^^

  2. 강아지맘 2007/06/25 2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제 닉넴이...영광입니다.^^
    저도 이번 공연 너무너무 좋았어요. 처음 연주한 말러는 너무 난해해서 어려웠지만 쇼스타코비치는 처음 듣는 곡인데도 즐겼어요. 최근에 본 음악회 중에 우리 강쥐군이 졸지 않고 관람한 유일한 음악회였지요.ㅋㅋㅋ

    • PlusAlpha 2007/06/25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강아지군과 강아지맘님 앉아계신거 멀리서 발견했는데... 혹시 끝나고 만날 수 있으려나 했지만 역시 사람이 많아서 실패했네요.
      강아지군 멀리서 봐도 어찌나 잘생기고 귀여운지 눈에 딱 띄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