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군이 예방접종을 위해 또 병원에 가야 하는데 지난번(새 창으로 열기)에 하도 고생을 한 터라 며칠 전부터 심각하게 걱정을 했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양군이를 이동장에 넣어 데리고 나갔는데,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렸을 뿐 전처럼 힘이 들지는 않았다.
택시 기사 아저씨도 거부하지 않고 잘 태워 주었고 차 안에서 별로 많이 울지도 않고 얌전한 것이 아주 양호했다.
지난번에는 처음이기도 했고 날씨도 너무 더워서 그랬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복막염 2차와 광견병 접종을 한꺼번에 했다.
이것으로 예방접종은 모두 끝났다. 이제 불임수술을 위해 한 번만 더 병원에 다녀오면 된다. 마음이 후련하다.
병원에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서 그런지 개들만 바글거리는 동물병원 안에서 양군이는 스타가 되었다. 사람들마다 양군이를 한 번씩 더 쳐다보며 예뻐해 주었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병원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병원에서 콜택시를 불러주어 편안하게 타고 왔다.
난 그냥 그 근처에서 택시 잡으려면 어느쪽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지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원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많이 하는 모양인지 콜택시를 불러드릴까요? 하면서 알아서 전화를 해 주었다.
동물병원에서 부르는 것이라 으레 동물을 태우겠거니 하고 택시기사가 이미 다 알고 오기 때문에 승차거부도 없었다.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어쨌든 살아나갈 방법이 생기는구나...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확 뚫리는 느낌이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앞으로는 콜택시를 종종 이용해주어야겠다.

아파트에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옆에 서 있던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떤 여자애가 양군이를 가리키며 "그거 고양이에요?" 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얼굴을 찡그리고 뒤로 한발짝 물러서며 두 팔로 몸을 껴안고 무섭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양이 싫어하시나봐요"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나 뱀이라 해도 케이지에 가두어 들고 있는데 그렇게나 무서울까 싶게 오버스럽다.-_-
어쨌거나, 싫다고 하는데 남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어서 엘리베이터를 먼저 혼자 타고 올라가라고 보냈다.
집에 돌아와 편안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양군이 얼굴을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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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1 11:09 2005/08/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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