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들의 수다

일기 2002/03/14 23:14 PlusAlpha
오늘저녁,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데 도중에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 올라탔다.
그들은 내가 앉아있는 자리를 에워싸고 서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휴... 또 시끄럽겠구만...-.-' 이런 생각으로 짜증이 나려고 했는데 그 애들이 얘기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짜증이 사라졌다.
어른들이 걱정하는 요즘 여고생들의 불량스럽거나 되바라진 모습이 아니라 참으로 청순하고 순수한 모습의 아이들이었다.
그들의 화제는 이번에 새로 바뀐 대학입시요강에 대한 걱정과 수시모집과 수능 등이었는데 고민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는 밝고 단정하고 어른스러웠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그게 언제였더라...?
그 애들은 내가 저만한 나이였을 무렵 갓난아기였던 아이들이다.
그 애들이 저만큼 커가는 동안 난 뭘했나...? 변한 게 뭔가...?
얼굴은 좀 늙었을테지만 정신상태는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로 제자리걸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울적해졌다.
저렇게 이쁜 딸들을 둔 부모들은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악몽에 가까워 별로 떠올리고 싶지도 않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때도 나름대로 행복한 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
최소한 아직 하나도 손상되지 않은 꿈과 희망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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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4 23:14 2002/03/1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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