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동안 책을 많이 읽기로 했던 결심은 수포로 돌아갔다.
대신, 멀리 이사가서 자주 보기 어려워진 동생 부부와 만나 수다를 떨고, 동생이 데려온 고양이 쿠우를 실컷 주물러 주며 못살게 굴고, 설날 밤에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고(설날인데도 왜이렇게 사람이 많은거야), 동네에 새로 생긴 dvd대여점에서 아직 포장을 뜯지도 않은 새 dvd를 빌려와 영화 두 편을 두 번씩 보는 것으로 보냈다. 아, 낮잠도 잤다. 평소에 웬만해서는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쩌다보니 이번에는 거의 하루에 한 번씩 낮잠을 자고 말았다. 낮잠이 이렇게 달콤한 것인줄은 미처 몰랐다. 물론 깨고 나면 약간의 죄책감과 허탈감이 들긴 하지만...
이번에 본 영화는 '빌리 엘리어트'와 '유브 갓 메일'인데 둘 다 내 취향에 맞는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이 엄마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오고 엄마의 환상을 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도 꼭 엄마 생각이 나서라기보다는 이곳저곳에 눈물나게 하는 장면이 많아서 보면서 울었다. 특히 빌리엘리어트에서...
크리스마스날 땔감이 없어 돌아가신 엄마가 아끼던 피아노를 때려부수어 그것으로 장작을 삼을 수 밖에 없었던... 크리스마스 장식용 색종이 왕관을 쓰고 앉아 흐느껴 울던 아버지의 모습...
아들의 재능을 인정하고 무용을 가르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지'를 배반하고 파업 포기를 결심하는 아버지의 모습...
어린 아들을 왕립 발레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혼자 버스에 태워보내기 직전 두 눈을 꼭 감고 아들을 부둥켜 안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십여 년 후, 훌륭한 주연 발레리노로 성장한 아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도착해서 아들이 아직 무대에 등장하기도 전에 감격에 겨워 두 눈을 붉히던 아버지의 표정... T_T
그리고 신들린 듯이 열심히 춤을 추는 빌리의 모습은 정말 보는 사람을 빨려들게 한다. 지금도 여러 장면들이 어른어른거린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dvd타이틀을 사서 소장해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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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태그에 언뜻 이게 있길래 왔는데- 와; 2002년도꺼네요- 저 최근에 이 영화 티비에서 봤는데- 정말 굉장한 영화더라구요. 심금을 울린다고 해야할까요. 특이해서 처음엔 러시아영화인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들으니까 영국영화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