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the orthodox church) 신자가 되었다.
개신교에서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이번에 남편을 따라 정교회 입문 절차를 거쳐 신자가 되었다.
일본의 정교회는 러시아정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현재는 “일본정교회”로 독립되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성당이라 할 수 있는 곳은 일본정교회 교단 본부가 위치해 있는 “도쿄부활대성당東京復活大聖堂”으로, 일명 니콜라이당(ニコライ堂 니코라이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이번에 일본 결혼식을 올릴 장소도 바로 이 성당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쿄부활대성당은 일본의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이며 일본 최대의 비잔틴 양식의 석조건물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중요문화재의 대부분은 목조이기 때문에, 석조 중요문화재 중에서는 이 도쿄부활대성당이 가장 오래되었다.
성 니콜라이의 의뢰에 따라 러시아 건축가 미하일 시추르포프가 기본설계도를 작성하고 영국인 건축가 죠사이아 콘도르가 설계의 일부를 수정하여 감독을 맡았으며 1891년 3월 8일 준공되었다. 완성 당시는 부근에 고층건축물이 없어서 상당히 멀리서도 잘 보여, “신 도쿄 명소”에 선정되었고 夏目漱石(나츠메 소세키)의 “それから 그 후”(1909)라는 작품에도 등장하게 되었다.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 때 상부 돔과 종루가 무너진 후, 콘도르를 경애하는 건축가 오카다 신이치로에 의해 1929년에 복원됐다. 이때 내진을 위해 구조를 보강하거나 탑을 낮추는 등 외관이 일부 변경되었다.
1962년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992년부터 9년에 걸쳐 복원이 실시되었다.
예배가 없는 시간에 일반인(관광객)의 본당 참관이 가능하나 300엔의 헌금이 필요하다.
성당 내에서의 촬영은 결혼식 등의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참고 : 위키피디아 일본어판 ニコライ堂(새 창으로 열기))

정교회는 가톨릭, 개신교, 성공회 등과 아울러 기독교의 한 종파이긴 하지만 개신교와는 형식과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잘은 모르지만 개신교와 가톨릭을 놓고 본다면 가톨릭 쪽과 좀 더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성호 긋는 순서나 신부(神父)가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가톨릭과 다르지만...

4월 19일이 정교회의 부활절(復活祭)이었는데, 그 전날 밤부터 교회에 모여 자정이 됨과 동시에 성대한 부활축하 의식을 치른다.
평소에 교회에 그리 열심히 다니지 않는 남편이지만 (남편의 외가에 정교회 전통이 깊은 관계로) 부활절만큼은 명절 맞이하는 기분으로 해마다 출석한다고 한다.

성당에 가기 전 먼저 남편의 사촌들, 그리고 정교회 부활절 예배를 견학하러 온 그의 대만 친구들과 함께 타카다노바바(高田馬場)역 앞에 있는 러시아 레스토랑으로 러시아 요리를 먹으러 갔다. (정교회가 러시아와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러시아 전통 수프인 “포르시치”라고 한다. 약간 기름진 야채수프 맛인데 맛있었다.메뉴판의 맨 위에 있는 것을 먹었다.

밤 10시 반쯤 성당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예배에 사용하는 초나 부활절 달걀 등을 파는 천막이 쳐져 있어 축제 분위기였다.
교회에 온 사람들 중에는 역시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서양인이 상당히 많았다. (약 30% 이상..?) 교회 앞에는 외교관 차량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러시아 외교관들인 모양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성당 주변을 돌고 있는 사람들

예배를 위해 초를 하나씩 사 들고 11시 30분이 되어 본당에 들어갔는데 본당 안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사람들이 많아서 앞에서 뭘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자정이 되자 초에 불을 밝히고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의식이 시작되었다. 교회 꼭대기에 있는 종루에서 종이 계속 울리고, 본당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가서 촛불을 들고 교회 주위를 빙 둘러 한 바퀴 돌았다. 사람이 많아서 본당 한바퀴로는 커버하기 어려웠는지 다시 교회 바깥으로 나가서 크게 한 바퀴를 돌았다. 체감 거리 1킬로 정도 되는 거리였다.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오니 본당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고 신부님들이 본당 문앞에서 뭔가 의식을 치르고 있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관계로 여기까지 참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때가 새벽 12시 40분 쯤 되었을 때였다.

정교회 의식에 정식으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는데, 맨 처음에는 매우 낯설고 생소했지만 볼수록 친근해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원래 변형, 파생된 것보다 orthodox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니, orthodox church인 정교회가 내 체질에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정교회 결혼식도 상당히 특이한 형식으로 진행되는 모양인데... 자세한 것은 나도 아직 모른다. 영화 디어헌터에 나오는 결혼식 장면이 정교회 결혼식이라는 것 뿐.
아무튼...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결혼식이 될 것 같다. 일기예보상 당일에 비가 올지 모른다고 하여 조금 걱정이지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9/04/23 23:43 2009/04/23 23:43

트랙백 주소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쭈아 2009/04/24 1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교회조차 흔하지 않은 일본에 이런 세계가... 눈이 휘둥그레지네요~ 저도 결혼한 여자지만, 변화무쌍한 생활을 엿보니 앞으로의 알파님 결혼생활이 왜이리 기대가 되는지..ㅋㅋ

    • PlusAlpha 2009/04/27 2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본의 기독교 인구가 1%라고 하는데, 교회를 통해 만난 사람이 아닌데도 아는 일본사람 중에 이상하게도 크리스천이 많고 기독교와 인연이 있네요.
      저도 앞으로의 생활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