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을 보고 “어? 일본 자동차를 가지고 한국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일본 자동차를 일시적으로 한국에 가지고 들어와서 그대로 타고 다니는 것이 가능하고, 그 반대로 한국 자동차를 일본에 가지고 갈 수 있다. 물론 절차는 꽤 복잡하다.
현재 부산-시모노세키, 부산-오사카 간 페리 여객선이 매일 다니고 있으므로, 배에 실어서 들어올 수 있다. 자국에는 임시 수출신고를, 상대 국가에는 임시 수입신고를 하는 형태로 세관의 허가를 받아 임시운행허가증을 차에 붙여야 한다. 그런 다음 상대 국가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된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물가가 낮기 때문인지,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차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차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부관페리에서 만난, 매주 3회씩 부산-시모노세키 왕복하는 영업용 트럭 기사 말로는 요즘 불경기 탓인지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여행용 자가용차도 그나마 많이 줄었다고 한다.
남편은 1988년 첫 번째 여행을 시작으로 몇 차례나 자기 차를 가지고 한국에 와서 드라이브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내 이삿짐을 직접 나를 겸 차를 가지고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낯선 모양의 자동차인데다가 일본 번호판까지 달고 다니니 어딜 가나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그런데 남편이 아무 잘못도 없는데도 경찰차만 보면 긴장 아닌 긴장을 한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검문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검문을 당하니 매우 피곤해진다. 영어로 열심히 설명을 해도 상대방이 못알아듣고... 갖고 있는 통관 관련 서류와 보험 가입 서류를 모두 보여주고 나서야 풀려난다고(?) 한다.
이번에는 내가 같이 타고 다니니 좀 낫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울시내에서 두 번이나 경찰을 만났다.
한 번은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나서 자동 세차기의 순서를 기다리던 중.
기름을 넣으러 들른 경찰차에서 경찰관이 내리더니 “아.. 이사람들 진짜...” 하는 표정(한 건 잡았다 하는...)으로 허리에 손을 얹고 다가오더니, 약간 짜증섞인 말투로 “아니, 한국에서 일본 번호판을 달고 다니면 어떡합니까?” 라고 말을 걸어온다.
내가 창문에 붙은 “국제교통”이라 적힌 임시운행허가서를 가리키면서, 이 차는 일본에서 여행하려고 들어온 일본차이고, 여기 적힌 날짜에 일본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을 해도 영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일본 차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여행을 올 수 있냐고 이 운행허가증은 대체 누가 발급한 거냐고 따진다.
남편이 “또 이걸 꺼내야 할 시간이 왔군” 하면서 서류들을 다 꺼내서 보여주었다.
여러 장의 서류를 넘겨보면서 “어.. 이게 가능한건가? 이렇게 해도 되는건가...?” 중얼중얼...
확실한 서류를 보고도 자꾸 “이게 뭐지?” 하는 바람에, 좋은 말로 설명하던 나도 참다 참다 좀 짜증이 나서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경찰 분이 그걸 모르시면 어떡합니까? 합법적으로 모든 절차 밟아서 들어온 차 맞고요, 내일 모레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겁니다!” 라고 했더니, “아, 그래요?” 하면서 아직도 떫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며 서류를 돌려주고 자기 차로 돌아갔다. 물론 실례했다거나 미안하다거나 하는 인사 한 마디도 없이.
그 다음날, 다시 서울시내에서 신호대기 중 옆 차선으로 경찰차가 다가와 창문을 내리고 말을 건다. 역시나 같은 질문.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내가 같은 내용을 설명.
그나마 이번에는 도로 상에서 신호대기중이었던 관계로 서류를 보여주는 일은 하지 않고 금방 끝났다.
일본에서 한국에 들어오는 자동차는 모두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부산 부근에는 일본 차가 비교적 많지만 서울시내까지 오는 차는 많지 않으니까 이런 소동은 여행자로서 각오하고 그냥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당당한 입장이었음에도, 범죄자로 의심받고 검문을 당한다는 것은 겪어보니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이런 경우 최소한 실례했다는 한 마디만 했더라도 불쾌감이 덜 할텐데. 인사성 없는 한국경찰 좀 고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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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결혼식 잘 마치시고 이사하셨군요..이제 모든것이 다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시네요^^ 축하드려요..근데 일본은 오른쪽운전인데 기아차 괜챦나요?
일본에도 외국에서 직수입해 온 왼쪽핸들의 차들이 꽤 있습니다.(우리나라에서 오른쪽핸들 차 보는 것보다 만나는 빈도가 높지요.) 주로 유럽이나 미국의 유명한 차들이지만요...^^ 고급(?) 주차장에는 왼쪽핸들 차도 사용할 수 있도록 양쪽에 티켓발급기나 정산소가 설치되어있는 경우도 있답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우핸들 차 타고 다니는 것보다는 덜 불편할 것 같아요.
운전석의 위치보다 더 헷갈리는 것이 도로가 거꾸로 되어 있다는 것이더군요. 전 싱가폴과 호주에서 몇 달 차를 운전해봤었는데, 간혹 좀 정신없는 날은 역주행을 하곤 했었다는...ㅡㅡ;; 정신차려보니 옆에 타고 있던 현지 동료가 경악을 하면서 덜덜 떨고 있더군요.
네... 정말 좌회전 우회전할 때가 가장 헷갈리더라구요.
도로교통법이 대부분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부분도 있고요...
그리고 도로가 한국보다 좁아서 부담스러워요...ㅜㅜ
예전에 서울번호판을 그대로 달고 서울에서부터 부산항과 시모노세키항을 거쳐 동경까지 간 적이 있었는데요. 일본 경찰차와 여러번 마주쳤었지만 번호판 때문에 잡지는 않더군요. 사람들 모두 처음 봤다는 듯이 신기하게 쳐다봤다는..
시모노세키에서 도쿄까지 진짜 멀던데... 대단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