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세탁소 아주머니는 정말 대단하다.
정말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이다.
그에 대해 얘기하자면 처음부터 풀어놔야 하는데... 전말은 이러하다.
내가 이 세탁소에 처음 간 것은 작년 5월말이었다.
새로 산 옷의 길이를 수선하기 위해서였다.
옷을 맡기면서 이름을 물어서 흔하디 흔한 내 이름을 한 번 말해주었고...
그때 아주머니와
"이 동네에 이지연씨가 많네요~ ^^"
"앗.. 저 말고도 또 이지연이 있나보죠?"
이정도의 대화를 했을 뿐이다.

반년후 가을코트를 한 번 맡겼다가 특별한 사건 없이 며칠 뒤에 바로 찾았고
다시 몇 달 뒤 봄이 된 후에 겨울 코트를 갖다 맡겼다.
급한 게 아니니 천천히 찾으러 오겠다고 한 뒤 6주쯤 후에 불쑥 찾으러 갔더니
아주머니가 미안해 하면서 더 늦게 올줄 알고 한 벌을 아직 다려놓지 않았으니 꼭 다음날 다시 오라고 했다.
다음날 내 얼굴을 보자마자 이름도 물어보지 않고 내 옷 두 벌을 그 많은 옷들 속에서 쏙쏙 찾아서 꺼내놓는 것이었다.
헉... 사람얼굴과 옷을 매치시켜서 기억해놓나보네... 그것도 두 벌을 각각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

그런에 오늘 다른 옷을 세탁할 일이 있어서 들고 갔더니
옷을 정리해서 걸어놓으면서 혼잣말로 "이지연씨 세 벌..." 이러고 있는거다...
허거거거걱...
내 인상이 강렬했나...? -.-a
아니면 혹시 그 아주머니의 이름도 이지연...??
그렇지 않다면야 어떻게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매일 마주치는 단골이라면 또 모를까...
난 그동안 이 세탁소에 거의 반년에 한번꼴로 서너 번밖에 가지 않았단 말이다.

내가 "우와... 어떻게 이름을 다 기억하세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라고 말했지만
뭐 별로 대수로운 일도 아니라는 듯 씩 웃고는 대답도 안한다.
정말 불가사의이다.

아무튼 그 아주머니가 아주 맘에 든다.
고객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도 기억력은 아주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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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3 21:29 2004/05/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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