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건

일기 2004/03/15 21:29 PlusAlpha
어제 잠자리에 들 무렵부터 밖에서 고양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발정난 고양이의 요란한 소리가 아니고 그냥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은 "야옹~ 야옹~" 하는 소리였다. 원래 동네에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이 많으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길에서 나는 소리라고 하기엔 너무 가까이 들리는 것이 건물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대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잠을 깰 때도 여전히 고양이 소리가 났다. 밤새도록 이 건물안에 있었던 모양이다. 궁금해서 문을 열고 나가보니 나를 보고 계단 위에서 고양이가 한마리 내려왔다. 삼색고양이인데 태어난지 한 3~4개월쯤 돼보였다. 털이 좀 지저분해서 길고양이인가 했는데, 날 봐도 도망갈 생각을 않고 내가 움직이는대로 졸졸 따라와서 무릎위로 기어오르려고 하는 걸 보니 집안에서 키우던 고양이인 것 같기도 했다.
집에 있던 크래커를 조금 잘라 가지고 나가 줘봤더니 과자 먹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자꾸 야옹야옹 거리면서 나에게 기어오르고 심지어는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물이 먹고 싶은 것일까 하고 집에 들어와 물을 떠가지고 나가려고 하는데 윗층에서 누군가가 쿵쾅거리며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소리가 났고, 다시 내다봤더니 고양이는 다시 그 사람을 따라 윗층으로 올라갔는지, 아니면 그 사람이 안고 올라간 것인지 야옹야옹 소리는 다시 위쪽에서 들렸다.
윗층에 사는 사람이 키우는 고양이였을까...? 그냥 집안에 들여와서 내가 키울걸 그랬나...?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열이면 열 모두 휘리릭 도망가버렸는데... 나에게 그렇게 달라붙어 따르는 고양이는 처음이었는데...
아무튼 그 고양이를 보고 한동안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고양이만 보면 얼굴이 빨개지는 아즈망가대왕의 사카키도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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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5 21:29 2004/03/1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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