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원대신문 1998년 8월 24일자에 기고한 글
지난 4월,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를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뜬구름 잡듯 막연하고 장기적인 계획만을 발표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발표 직후 곧바로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등 적어도 그 자세만큼은 발빠르고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까지도 '일본 문화를 수용하는 데 대하여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적극적인 개방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볼 때, 지난 수십년 동안 지루하고도 격렬하게 이어져 온 일본 대중문화 개방 찬반 논쟁은 거의 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며, 이제 문제는 개방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떤 식으로 개방하느냐 하는 것만 남았다고 봐도 좋을 듯 하다.
일본은 한국에게 있어 지구상에서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 틀림없다. 접근성, 즉 입국허가를 받는 데 있어서의 용이성이나 그곳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을 따져보면 오히려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같은 땅덩어리의 북한땅보다도 가깝지 아니한가!
그때문인지 지난 50여년간 일본 문화의 수입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일본 문화가 알게 모르게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70년대와 80년대의 어린이들이 즐겨보았던 저 유명한 우주소년 아톰, 요술공주 새리, 미래소년 코난, 은하철도 999 등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모두 일본 것이 아니던가. 캔디캔디, 드래곤볼, 짱구는 못말려, 슬램덩크 등의 일본만화를 한번쯤 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방영중이거나 방영한 적이 있는 만화영화를 봐도 달의 요정 세일러문, 밀림의 왕 레오, 슈퍼 그랑죠, 전설의 용사 다간,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 등, 한두 편의 국산 만화영화를 제외하면 일본에서 제작된 만화영화가 어린이 TV 시청 시간대에 방영되는 작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방송에서의 일본적 요소가 어린이용 만화영화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위성방송 분야에서는 이미 케이블TV나 중계유선방송을 통해, 전국 6백만 이상 가정에 일본 NHK 위성방송이 정부 묵인하에 방송되고 있으며, 지역민방인 부산방송(PSB), 전주방송(JTV) 등에서는 지난 6월부터 선동열, 이종범이 속해있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팀 경기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또 얼마전부터는 일본에서 방송되고 있는 CF까지 그대로 우리나라 방송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조야매실주 광고와 산요전기광고등 두 편인데, 이는 모두 국내 유통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방송광고를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이런 것들은 공중파 방송채널이나 출판망을 통해 합법적으로 당국의 심의를 통과하여 문제가 없음을 인정받은 후 공공연하게 보급된 문화이니만큼 논외로 친다 해도, 그밖에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본문화의 보급·확산 실태는 엄청나다.
대중에게 대한 가장 큰 파급력을 지닌 매체는 뭐니뭐니해도 TV와 PC통신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TV는 시청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또 계층의 구분 없이 일방적으로 무지막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 프로그램에서 맨 마지막 단계로 지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방영되는 TV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아이디어와 포맷은 물론 대사와 소품까지 베꼈다는 지적을 받거나, 겉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심증'이 있어 구설수에 오르는 프로그램이 의외로 많다. 얼마전 보도된 한 중앙일간지의 기사는 '이색 도전 별난 대결' (KBS) , '가족 오락관' (KBS) , '휴먼TV 즐거운 수요일' (MBC) , '황수관의 호기심 천국' (SBS) 등을 표절시비의 대상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어디 이 프로그램들뿐이랴. 참신하고 튄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으면 그것은 영락없이 일본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요즘은 PC통신이 TV만큼이나 널리 확산되어있고, 특히 그 이용자의 절대다수가 10대∼30대의 젊은이로 구성되어 있어 일본 대중문화의 유통과 보급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본어, 일본문학, 일본음악,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일본 대중문화와 관련된 동호회 모임이 활발하며, 심지어는 '에반게리온', '나디아', '슬램덩크', '아무로 나미에', '자드', 'X-JAPAN' 등 특정한 작품이나 특정한 일본 연예인의 팬클럽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KBS가 방영했던 '달의요정 세일러문'이 선정적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방영이 폐지되었다가 PC통신을 통한 열성 팬들의 집단 반발로 다시 부활시킨 사례도 있다.
또한, PC통신 공개자료실에는 일본 가요의 가사는 물론, PC에 스피커를 연결하여 직접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파일, 애니메이션의 원어판 대본, 번역판 대본, 동영상 파일 등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짜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일본문화'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단지 일본 게임을 즐기거나 일본 만화를 보기 위해 일본어공부에 몰두하는 사람이 생겨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그렇다면, 일본 문화가 어떤 것이고 그것이 가진 매력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우리 젊은이들이 이렇게 일본문화에 깊이 빠져드는 것일까?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를 쓴 김지룡씨는 같은 책에서 일본 문화 파워의 근원을 오타쿠와 인디즈라는 두 개의 단어로 설명한다. 일본 대중문화를 지탱하는 두개의 기둥은 바로 '오타쿠(お宅)'라고 불리는 매니아 그룹과, '메이저'에 합류하지 않고 꿋꿋이 제갈 길을 가는 비주류 '인디'들(Indie·독립적이란 뜻의 영어 Independent를 줄인 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우 적절한 분석이다.
김씨에 따르면, 오타쿠란 단순히 어떤 것에 열광하고 집착하며 즐기는 열성 팬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깊이 파고들어 연구하여 비평의 눈을 갖게 되고 득도의 경지에 이를 정도의 안목을 갖춘 이들을 말하는 것이다. 한편, 인디즈는 주류에 연연해하지 않으면서 대중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없더라도 자기의 색깔을 지키며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둘 다 개인적이고 자기만의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며 '주류'인 기성세대에 반항적인, 신세대·X세대들의 성향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최근들어 오타쿠와 인디즈들이 많이 생겨난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세기말을 향한 전세계적인 문화의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 대중문화의 분야는 애니메이션, 만화, 가요, 게임 등이다. 이른바 '재패니메이션'이라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전세계 가정용 만화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디어문화를 전공한 일본의 한 전문가는 재패니메이션이 성공한 이유를 이데올로기와 종교등이 배제된 어린이문화를 담고 있어 거부감 없이 전세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애니메이션, 만화, 가요, 게임 등의 성공에 대해 일본의 막대한 자본력과 고도의 기술이 경쟁력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어쨌거나 든든한 기술력이나 구조적 뒷받침은커녕, 제작비 한 푼이 아쉬워 쩔쩔매는 취약한 기반의 우리 현실에서 볼 때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얼마전 삼성경제연구소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으로 인하여 국산 매출이 5∼6%(200∼250억)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꼭 부정적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가요계에서는 표절문제가 사라지는등 국내 가요의 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건전한 문화가 들어오게 되면 그동안 금지된 것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때문에 활발히 보급되었던 저질 문화도 스스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밀려들어오는 일본문화를 보며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 것인가? 단순한 반일감정에 사로잡혀 민족의 주체성만 내세우고 막연히 우리 문화의 우월성을 과신해서는 안된다. 일본문화의 파급력에 기죽지 말고 일본문화의 경쟁력과 장단점, 그리고 내부구조까지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을 통해 건전하고 올바른 수용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를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뜬구름 잡듯 막연하고 장기적인 계획만을 발표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발표 직후 곧바로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등 적어도 그 자세만큼은 발빠르고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까지도 '일본 문화를 수용하는 데 대하여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적극적인 개방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볼 때, 지난 수십년 동안 지루하고도 격렬하게 이어져 온 일본 대중문화 개방 찬반 논쟁은 거의 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며, 이제 문제는 개방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떤 식으로 개방하느냐 하는 것만 남았다고 봐도 좋을 듯 하다.
일본은 한국에게 있어 지구상에서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 틀림없다. 접근성, 즉 입국허가를 받는 데 있어서의 용이성이나 그곳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을 따져보면 오히려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같은 땅덩어리의 북한땅보다도 가깝지 아니한가!
그때문인지 지난 50여년간 일본 문화의 수입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일본 문화가 알게 모르게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70년대와 80년대의 어린이들이 즐겨보았던 저 유명한 우주소년 아톰, 요술공주 새리, 미래소년 코난, 은하철도 999 등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모두 일본 것이 아니던가. 캔디캔디, 드래곤볼, 짱구는 못말려, 슬램덩크 등의 일본만화를 한번쯤 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방영중이거나 방영한 적이 있는 만화영화를 봐도 달의 요정 세일러문, 밀림의 왕 레오, 슈퍼 그랑죠, 전설의 용사 다간,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 등, 한두 편의 국산 만화영화를 제외하면 일본에서 제작된 만화영화가 어린이 TV 시청 시간대에 방영되는 작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방송에서의 일본적 요소가 어린이용 만화영화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위성방송 분야에서는 이미 케이블TV나 중계유선방송을 통해, 전국 6백만 이상 가정에 일본 NHK 위성방송이 정부 묵인하에 방송되고 있으며, 지역민방인 부산방송(PSB), 전주방송(JTV) 등에서는 지난 6월부터 선동열, 이종범이 속해있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팀 경기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또 얼마전부터는 일본에서 방송되고 있는 CF까지 그대로 우리나라 방송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조야매실주 광고와 산요전기광고등 두 편인데, 이는 모두 국내 유통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방송광고를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이런 것들은 공중파 방송채널이나 출판망을 통해 합법적으로 당국의 심의를 통과하여 문제가 없음을 인정받은 후 공공연하게 보급된 문화이니만큼 논외로 친다 해도, 그밖에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본문화의 보급·확산 실태는 엄청나다.
대중에게 대한 가장 큰 파급력을 지닌 매체는 뭐니뭐니해도 TV와 PC통신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TV는 시청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또 계층의 구분 없이 일방적으로 무지막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 프로그램에서 맨 마지막 단계로 지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방영되는 TV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아이디어와 포맷은 물론 대사와 소품까지 베꼈다는 지적을 받거나, 겉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심증'이 있어 구설수에 오르는 프로그램이 의외로 많다. 얼마전 보도된 한 중앙일간지의 기사는 '이색 도전 별난 대결' (KBS) , '가족 오락관' (KBS) , '휴먼TV 즐거운 수요일' (MBC) , '황수관의 호기심 천국' (SBS) 등을 표절시비의 대상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어디 이 프로그램들뿐이랴. 참신하고 튄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으면 그것은 영락없이 일본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요즘은 PC통신이 TV만큼이나 널리 확산되어있고, 특히 그 이용자의 절대다수가 10대∼30대의 젊은이로 구성되어 있어 일본 대중문화의 유통과 보급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본어, 일본문학, 일본음악,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일본 대중문화와 관련된 동호회 모임이 활발하며, 심지어는 '에반게리온', '나디아', '슬램덩크', '아무로 나미에', '자드', 'X-JAPAN' 등 특정한 작품이나 특정한 일본 연예인의 팬클럽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KBS가 방영했던 '달의요정 세일러문'이 선정적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방영이 폐지되었다가 PC통신을 통한 열성 팬들의 집단 반발로 다시 부활시킨 사례도 있다.
또한, PC통신 공개자료실에는 일본 가요의 가사는 물론, PC에 스피커를 연결하여 직접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파일, 애니메이션의 원어판 대본, 번역판 대본, 동영상 파일 등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짜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일본문화'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단지 일본 게임을 즐기거나 일본 만화를 보기 위해 일본어공부에 몰두하는 사람이 생겨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그렇다면, 일본 문화가 어떤 것이고 그것이 가진 매력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우리 젊은이들이 이렇게 일본문화에 깊이 빠져드는 것일까?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를 쓴 김지룡씨는 같은 책에서 일본 문화 파워의 근원을 오타쿠와 인디즈라는 두 개의 단어로 설명한다. 일본 대중문화를 지탱하는 두개의 기둥은 바로 '오타쿠(お宅)'라고 불리는 매니아 그룹과, '메이저'에 합류하지 않고 꿋꿋이 제갈 길을 가는 비주류 '인디'들(Indie·독립적이란 뜻의 영어 Independent를 줄인 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우 적절한 분석이다.
김씨에 따르면, 오타쿠란 단순히 어떤 것에 열광하고 집착하며 즐기는 열성 팬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깊이 파고들어 연구하여 비평의 눈을 갖게 되고 득도의 경지에 이를 정도의 안목을 갖춘 이들을 말하는 것이다. 한편, 인디즈는 주류에 연연해하지 않으면서 대중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없더라도 자기의 색깔을 지키며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둘 다 개인적이고 자기만의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며 '주류'인 기성세대에 반항적인, 신세대·X세대들의 성향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최근들어 오타쿠와 인디즈들이 많이 생겨난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세기말을 향한 전세계적인 문화의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 대중문화의 분야는 애니메이션, 만화, 가요, 게임 등이다. 이른바 '재패니메이션'이라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전세계 가정용 만화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디어문화를 전공한 일본의 한 전문가는 재패니메이션이 성공한 이유를 이데올로기와 종교등이 배제된 어린이문화를 담고 있어 거부감 없이 전세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애니메이션, 만화, 가요, 게임 등의 성공에 대해 일본의 막대한 자본력과 고도의 기술이 경쟁력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어쨌거나 든든한 기술력이나 구조적 뒷받침은커녕, 제작비 한 푼이 아쉬워 쩔쩔매는 취약한 기반의 우리 현실에서 볼 때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얼마전 삼성경제연구소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으로 인하여 국산 매출이 5∼6%(200∼250억)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꼭 부정적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가요계에서는 표절문제가 사라지는등 국내 가요의 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건전한 문화가 들어오게 되면 그동안 금지된 것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때문에 활발히 보급되었던 저질 문화도 스스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밀려들어오는 일본문화를 보며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 것인가? 단순한 반일감정에 사로잡혀 민족의 주체성만 내세우고 막연히 우리 문화의 우월성을 과신해서는 안된다. 일본문화의 파급력에 기죽지 말고 일본문화의 경쟁력과 장단점, 그리고 내부구조까지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을 통해 건전하고 올바른 수용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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