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지나가고

일기 2000/09/17 01:45 PlusAlpha
원래 오늘은(아니.. 이제 어젠가..?) 노는(!) 토요일이었는데
다음주 토요일날 출장을 가게 되어 오늘로 바꿔서 출근했다.
태풍은 온다고 하지 비는 쏟아지지, 정말 출근하기 싫은 아침이었다.
출근시간에 비 오는 게 제일 싫다. 그것도 마구 퍼부으면서 오는 것.
그 다음으로 싫은 건 퇴근시간에 비 오는 것.
출퇴근길이 멀다보면 '비 맞으며 느끼는 낭만' 따윈 기대할 수 없다.

일기예보가 서울은 오늘 오후가 고비라고 해서 퇴근시간을 내심 걱정했는데
하늘에서는 분무기를 뿌리는 듯한 안개비만이 내리고
태풍도 무사히 지나갔다고... (휴~ 다행)
그래서 못다한 일거리를 싸들고 퇴근하다가
발걸음을 돌려 명동으로 향했다.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하고
오랜만에 4호선 전철을 타고 귀가.

전철 옆자리에 앉고 선 젊은이 세 명이
(이렇게 말하니 내가 마치 늙은이같군...)
한참을 웃고 떠들어서 눈총을 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각자 책을 꺼내 펼쳐들었다.
힐끗 넘겨보니 합창 악보집이었고 자세히 보니 성가곡집이었다.
교회친구들이거나 무슨 합창단 멤버인 모양이다...
그 책에 대학 합창단 공연때 불렀던 노래도 들어있었다.
그걸 보고는 뭔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 정말 싫은데...
적당한 표현을 찾아보자...
가슴이 덜컹...? 그건 아니고 ...
울컥...? 그것도 아니고...
아무튼...
마음속으로 "앗...!!!!!!" 하고 놀랐다.

교회 성가대를 그만둔 게 94년 말이니까
6년만에 처음 본 성가곡집이다.
사실 내가 교회다니면서 가장 행복하고 기쁘고 편안한 시간이
성가와 찬송가를 연주하는(목소리로, 피아노로) 시간이었는데...

이제 적당한 표현이 생각났다.
반가움과 설레임과 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번역은 아무리 해도 마감시간 전에 끝내질 못하겠다.
실컷 놀다가 꼭 임박해야만 일이 된다.
아주 나쁜 버릇인데도...
내일 안에 다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은 그만 자야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0/09/17 01:45 2000/09/17 01:45

트랙백 주소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