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빅뱅 충격 리포트
병원침몰
文藝春秋 1998년 5월호 (pp210-222)

니와 코이치(丹羽幸一) / 의료 저널리스트
스기우라 케이타(杉浦啓太) / 의료 저널리스트

일본 최후의 성역, 병원업계
규제에 의해 굳건히 지켜온 병원업계에도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과 자유화로 인해 대 도산(大倒産) 시대가 다가온다.
길을 걸으면 외국계 은행의 간판이 자주 눈에 띈다. 야마이치(山一)증권은 미국계 대기업 증권회사인 메릴린치에 '흡수'되었고 씨티뱅크의 외화예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판 빅뱅 원년을 맞이한 금융업계는 상륙하고 있는 '흑선(黑船)'(16세기말부터 에도시대말기에 걸쳐 일본을 방문하여 서양문물을 가져다 준 서양의 배-역자주)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세계표준)와 자유화는 금융업계 뿐만이 아니다. 생명과 건강이 걸린 의료업계에도 '흑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1983년의 미일 엔달러위원회, 이듬해인 84년의 플라자합의로 일본정부는 금융자유화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장성은 15년간이나 방치해 두었다. 이 15년 동안 일본의 은행은 호송선단 방식으로 불편없이 이익을 챙기다가 결국은 거품경제로 혹독한 화상을 입었다. 15년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두었더라면 이런 사태는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15년 전의 금융업계와 아주 똑같은 일이 의료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도쿄 카스미가세키(霞ケ關, 정부의 청사가 밀집해 있는 거리-역자주)의 통산성 5층. 생활산업국 서비스산업과의 아카이시 코지(赤石浩二) 과장보좌는 "2000년도에 일본 의료계는 심한 지진을 겪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아카이시 과장보좌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 관료회의)도 담당했던 실력 있는 젊은 관료이다. 자본의 파워가 강대국과 맞서 싸우는 국제회의의 내막을 자세히 보고 왔다.
의료계를 덮치는 지진의 진원지는 2000년도에 실시될 WTO(세계무역기구)의 서비스 교섭 재검토이다. 아카이시 과장보좌에 따르면 농업, 금융에 이어 호송선단 방식으로 지켜져 온 일본의 의료업계가 자유화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쇄국체제였던 일본의 의료는 외국 병원 경영자본의 수입을 시작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료평가기준이 되입되어 자유경쟁과 공개(disclosure)를 독촉당하게 된다.
이는 일본의 병원이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사태이다. 병원으로서는 실로 의료빅뱅이 도래한 셈이다. 오랜 기간동안 호송선단방식으로 지켜졌던 일본 병원의 도태가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
의료 빅뱅으로 '좋은 병원'과 '나쁜 병원'이 확실하게 가려져 적정한 의료를 더욱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불안도 따른다. 일본의 병원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병원의 치료 수준은 높아지는 것인가? 도대체 외국 병원 경영자본이란 것은 무엇인가?

의료자유화는 약속 완료

WTO는 1995년 1월 1일, GATT의 제 8회 다각적 무역교섭(우르과이라운드)의 결과 세계 124개국과 지역(EU 등)의 회원으로 발족한 국제통상기구이다(97년 1월 현재 가맹국?지역은 130개이다).
제2차대전 당시인 1947년에 무역자유화와 무역 룰의 강화를 목적으로 성립된 GATT를 이어받은 것이며 우르과이라운드 이후, 물품, 서비스, 지적소유권 등을 둘러싼 무역분쟁은 모두 통일된 국제처리절차인 WTO협정에 따르게 되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WTO는 적어도 2년에 한번 개최되는 각료회의, 수시개최되는 일반이사회, 물품무역이사회, 서비스무역이사회 등의 조직을 갖는다. 사무국도 GATT사무국의 건물과 직원을 인계받았으며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1993년의 우르과이라운드 교섭에서는 의료분쟁을 포함하여 155개 업종에 관하여 협의가 이루어졌다. 참가한 각국은 각각의 분야에 관하여 자유화의 약속, 의무의 준수 등을 정한 서비스협정을 맺고 각국은 자국의 자유화 내용을 약속하는 약속표를 제출했다.
일본은 약 100가지 분야에서 자유화를 약속했는데 그 중에는 의료도 포함되어 있다. 언제까지 완전자유화하는가 하는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외자도입을 제한 하지 않겠다'는 약속만은 하도록 요구받았던 것이다. 일본이 자유화 약속을 한 경위는 차치하고, 의료 분야에서 자유화를 약속한 것은 주요 각국 중 미국, EU, 말레이시아, 그리고 일본이다.
아카이시 과장보좌는 2000년에 WTO에서 시작되는 서비스 교섭분야 재검토에 전혀 무관심한 일본의 의료계에 주의를 환기시킨다.
"1993년의 서비스 협정에서 약속한 '외자도입제한은 하지 않겠다'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더욱 크고 구체적인 요구가 부가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의료 비즈니스에 대한 민간기업 참여규제 철폐이다.
지금의 일본에서는 영리법인, 즉 보통의 주식회사 등이 병원을 경영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그 규제를 없앨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병상수 규제 철폐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진료 수가 상정에 대해서도 현재의 성과급지불제 대신에 미리 치료계약을 맺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 의제가 되고 있다."WTO라는 외압에 굴하여 일단 규제를 없애고 나면, 그 순간 미국의 체인 병원을 비롯하여 외국 병원 경영 자본이 약 30조엔이라고 알려진 일본 병원 시장을 겨냥하여 밀어닥칠 것이다.
우르과이라운드에서는 농협이 그렇게도 반대를 했던 쌀 시장이 결국 개방되었다. 금융 빅뱅이나 NTT의 분할로 상징되는 대 재편이 이번에는 의료 분야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이미 2000년의 서비스 교섭을 향한 전초전은 시작되었다.

'병원 등급 매기기'의 시대 도래

하시모토 수상은 '6대 개혁'을 기치로 정책의 실행을 들고 등장했다. 재정구조 개혁, 경제구조 개혁, 행정개혁, 금융시스템 개혁, 교육개혁, 사회보장구조 개혁이 그것이다.
특히 사회보장구조개혁의 요지인 보건, 의료, 복지, 연금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앞으로 어린이의 수가 적어지고 고령화가 점점 진행되어 2005년 이후에는 인구감소시대가 시작된다. 의료보험제도, 보건, 의료, 복지, 연금 시스템의 대 개혁을 주 내용으로 한 빅뱅의 도래는 필연적이다.
예전의 다케미 타로(武見太郞, 전 일본의사회 회장, 전 세계의사회 회장)와 같은 굵직하고 세계를 상대로 치밀한 전략전술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가능한 의정가(醫政家)는 일본에 없고, 여당?야당을 포함한 각당 모두가 근본적인 사회보장개혁안을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후생관료나 통산관료가 아무리 초조감을 표시해도 이대로는 선진 각국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갈 수가 없다.
반대로 미국을 보면 일본의 병원시장을 겨냥한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발표한 1998년 대통령교서에서 미일 2개국문제의 해결 과제로서 금융과 정보 이외에 의료기기와 의약품이 있다고 지적하고 철저한 시장개방을 요구했다. 병원경영 그 자체라는 본질은 아니지만 서둘러 일본의 급소를 찌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의료기기 제조회사 등 약 800사가 가맹되어 있는 미 건강산업제조자협회(HIMA)는 금년 4월 도쿄도내에 일본사무소를 개설했다. '시장개방과 규제완화야말로 환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고 미일간 교섭을 우위에서 진행하기 위해 압력단체로서 측면에서 지원할 방침이다.
HIMA 관계자는 주장한다.
"의료기기의 승인에 필요한 기간 단축과 가격결정의 자유화가 실현되어 결국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 의료기기의 가격 삭감은 대폭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수입과 가격에 관한 규제는 결과적으로 일본국민이 고도의 양질 의료를 적은 비용부담으로 받을 기회를 빼앗고 있다."이러한 정보발신에 힘을 넣어 WTO에 대한 미 정부의 창구가 되고 있는 것이 HIMA이다.
미국은 의학, 생명과학(bioscience)을 '현재의 멀티미디어 관련산업 다음에 올 21세기의 리딩 인더스트리'로 키우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큰 정책과제의 하나로 들고 등장한 클린턴 정권에서 강화되었다.
1994년 8월에 발표된 보고서 {국가이익으로서의 과학}에서는 '기술은 경제성장의 엔진이며 과학은 기술이라는 엔진의 연료이다'라는 인식 하에, 미국이 과학의 모든 분야의 프론티어로서 세계의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기초연구와 국가목표의 결합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등이 실려있다. 그 중에서도 의료, 경제적 번영 국방, 환경, 삶의 질 향상의 5개 분야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의학, 생명과학 연구개발비는 1994년도에 329억 달러에 달하며 정부의 연구개발예산 전체에서 차지하는 의료분야의 비율은 15.0%로, 여러 선진국 중에서도 특히 비중이 크다. 기초연구만 보면 의료분야의 비율은 전체의 49%까지도 차지한다. 참고로 다른 나라는 일본 11%, 영국 6.8%, 프랑스, 독일은 모두 3.5%이다.
병원경영자본의 뜻을 받아들인 미 정부가 앞으로 WTO를 통해 일본에 여러 가지 규제완화를 요구해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소개하겠다.
나가노 올림픽으로 일본 전체가 떠들썩하던 바로 그 무렵, 미국의 민간 보험회사 BC&BS(블루크로스 앤드 블루 실드)가 조용히 일본에 상륙했다. 일본 적십자사 나가노 적십자병원(나가노현), 河北종합병원(도쿄도), 神尾기념병원(도쿄도), 龜田종합병원(치바현) 등을 돌며 열심히 매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BC&BS와 같은 미국 보험회사는 병원과 '치료계약'을 하는 방식을 취한다. 의료비 지불은 일본과 같은 성과급 지불 방식이 아닌 미국식 정액 지불방식이다.
예를 들어 맹장수술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자. 지금까지의 일본 병원이라면 수술을 끝내고 퇴원할 때에 "자, 치료하는데 이만큼 요금이 들었습니다."라며 지불을 청구한다. 이것이 미국의 경우는 입원 전에 병원, 보험회사와 환자가 치료계약을 맺고 "이 병원에서는 이러이러한 치료를 하므로 몇 달러가 듭니다"라고 하는 것처럼 의료비는 정액제이다.
그때, "이 질환에는 얼마의 치료비가 든다"고 산정하는 기준으로서 미국에는 DRG(Diagnostic Related Groups)라는 시스템이 있다.
DRG란 원래 국제질병분류(ICD)에서 1만가지 이상 되는 병명을 환자에게 한 치료의 내용에 따라 500가지 정도의 그룹으로 분류하는 방법을 말한다. 치료에 필요한 노력과 약제, 의료재료, 입원일수, 비용 등에 따라 분류된다.
DRG는 병원경영을 개선하는 지표로서 예일 대학에서 개발되었다. 1983년 미국 정부는 의료비 억제를 위해 65세 이상의 입원환자의 의료보험제도 미디어의 지불제도(PPS)에 DRG방식을 도입했다. 질병의 종류마다 보험료 지불액의 상한을 정했다. DRG는 현재 일반적인 의료비 지불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BC&BS사는 일본에서의 사업 전개에 힘을 쏟아 일본의 우량병원을 선정하여 계약을 맺음으로써 DRG에 의한 진료수가 지불을 실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DRG가 도입되면 각 병원의 비교가 가능해진다. 이에 덧붙여 BC&BS사가 가진 노하우를 사용하면 일본의 각 병원의 질을 파악하기는 용이하다. 그렇게 되면 병원에도 '등급매기기'가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
일단 병원의 등급이 나누어지면 환자들 사이에 그것이 알려지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며 병원을 선택할 때의 유력한 지표가 된다. 금융의 등급 평가기관인 무디스와 같은 회사가 의료분야에서도 나타날지 모른다.

구태의연한 일본의 의료

의료에서 시장개방과 자유경쟁, 정보공개, 외자도입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거기서 일어나는 것은 의료의 글로벌 스탠더드화이며 그것은 환자에게는 의료기관의 선택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 병원의 도태가 일어난다. 글로벌 스탠더드화는 시장의 자유화와 깊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의료업계가 반대해도 저지할 수 없을 것이다.
병원의 국제적 비교에 사용하는 공통의 지표는 DRG이지만 일본은 외국에 비해 도입이 대폭적으로 늦고 있다. 병원이 21세기까지 살아남으려면 DRG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립의료병원관리연구소의 주임연구원인 가와부치 코이치(川淵孝一)씨는 의료경제와 의료정책, 의업경영에 일가견이 있다.
"(의료의)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른 의료기관, 의사와의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대로는 의료의 질 향상은 있을 수 없다. 외국자본의 도입은 일본에게는 표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일본 이외의 국가는 어떠한가? 영국에서는 DRG에다 환자의 입원일수, 연령, 합병증의 유무 등까지 가미한 의료자원분류(HRG)가 사용되고 있다.
HRG는 국제질병분류(ICD) 제9판 및 제10판에 따른 진단과 처치에 바탕을 두어 500종으로 분류된 치료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거의 모든 진료과목에서 HRG가 사용되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 진료관리사의 양성이 급선무가 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DRG는 1983년에 실험적으로 도입되었다. 일단 실험이 중지되었다가 1989년에 재개되었다. DRG를 일반화하는 규칙이 나와 우선 공립병원부터 도입하였고 1997년 7월부터는 사립병원에도 적용되었다.
프랑스는 공립병원의 의료비 증가로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예산산정을 위해 환자의 질병군별로 연간 비용을 정확히 나눌 필요가 있었다. DRG의 도입으로 인해 더욱 상세한 질병분류는 물론, 질병단위 및 환자단위에서 데이터의 파악과 비교가 가능하다. 또한 공적병원의 비효율성도 밝힐 수 있고 질병에 알맞는 최적의 병상수를 계산할 수 있어서 지역차의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등 프랑스의 지역의료계획에 활용하였다.
독일에서도 DRG와 유사한 PMCS라 불리는 환자분류 시스템이 있다.
이와같이 DRG는 이제 의료 평가의 국제적 표준, 의료의 표준화에 필요한 '공통의 언어'가 되고 있다. 도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국가는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 뿐이다. 그 이유는 뭘까?일본의 의료계에 DRG가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전부터이다. 진료수가의 성과급지불제를 대신하는 정액지불제와 관련있는 제도로서 들어왔기 때문에 의사측으로부터 '의료비 억제를 꾀하는 것'이라고 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치료를 하면 할수록, 즉 약에 찌들고 쓸데없는 검사를 함부로 많이 행하면 행할수록 자동적으로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성과급제이다. 이에 비해 질병별로 '의료비는 이만큼' 하는 식으로 틀에 맞춰지는 것을 의사들이 싫어하는 것이다.
최근에 겨우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DRG에 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어쨌든 일본의 의료계는 국제적인 표준화에는 익숙해있지 않다.
앞서 나왔던 가와부치씨에 따르면 일본의 독특한 사회시스템상의 문제가 의학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도입이 진행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일본 대학병원의 의학교육은 요리사나 목수와 같은 도제 제도이다. 특히 외과 등에서는 명의의 수술을 보고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힌다. 또한 의국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대학의 담당교관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바늘이나 메스를 부르는 이름 하나조차도 출신 대학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경우도 흔히 있다.
진료수가의 지불방식에도 원인이 있다. 현재의 성과급지불 방식은 사전에 어떤 치료법을 사용할 것인지 설명되지 않으며 의료기관이 실시한 만큼 청구된다. 이는 목수의 청부업과 같은 것으로 가장 표준화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번 청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와부치씨는 이렇게 해설한다.
"의료에는 정형적인 의료와 비정형적인 의료가 있다. 맹장수술처럼 어느 의사가 해도 입원일수나 조치가 어느정도 정해진 졍형적인 의료에 대해서는 표준화되는 편이 좋다. 치료비도 정액지불로 하는 것이 사무가 간소화되고 의사, 병원의 비용 퍼포먼스도 향상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의료기관과의 비교, 다른 의사와의 비교가 불가능하고 의료의 질 향상도 있을 수 없다.
한편, 비정형적 의료란 아직 치료방법도 확립되어있지 않고 사람에 따라 진료방법도 다른 경우를 가리킨다. 가령, 새로운 항암제의 투여라든가 원인을 잘 모르는 난치병 등이다. 이러한 병에 대해서는 앞으로 새로운 치료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턱대고 표준화와 치료비 정액지불제를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현재, 의료 분야에서는 정보공개가 매우 적다. 이런 의사와 만나고 싶다, 이런 좋은 병원을 소개해달라고 했을 때 제대로 답변을 들을 수가 없다. 좋은 병원이란 돈을 들이지 않고 중병을 치료해주는 곳이겠지만 이러기 위해서는 '중병'이란 무엇인가 하는 데서부터 정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거기서 DRG가 나오는 것이다."DRG에 의하여 질병을 분류하고 치료에 드는 비용의 상한을 정한다. 그 범위 내에서 어떻게 비용을 낮게 억제하면서 적절한 처방이 가능한가 하는 것으로 병원의 코스트 퍼포먼스를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 세계의 흐름이다.
외국 병원 경영자본은 이미 DRG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익숙해져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수술을 이 날짜 안에, 또한 낮은 비용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시장원리를 오랫동안 대해왔기 때문이다.
가와부치씨는 DRG가 일본에 도입될 경우를 이렇게 예측한다.
"일본에서는 환자는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고 병원이 요구하는대로 돈을 지불해왔다. 만약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면 더욱 싸고 입월일수가 적으며 적절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일본에서는 어느 병원에 가면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환자에게는 아예 정보가 차단되어 있다. DRG 도입은 결국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 미국의 경우 도입 전에 비해 입원일수가 단축된 것은 사실이며 병상수가 줄고 외래로 이동된 것도 사실이다. 호송선단방식으로 보호되어온 일본의 병원은 앞으로 차차 무너질 것이다.

거대병원자본의 파워

후생성 보험국은 DRG도입에 앞서 국립병원 10군데 시설을 대상으로 작년 10월부터 급성기(急性期)의료비의 정액지불제 시행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대폭 늦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병원을 분류할 때 일본에서는 국제적 기준으로서의 국제질병분류(ICD)가 활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도입되고 있는 의료비정액지불의 DRG-PPS방식에서는 ICD에 맞추어 의료기관에서 병명의 코딩을 전문적으로 행하는 '진료정보관리사'를 두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 즉, 주병명을 국제질병코드에 맞추어 분류하는 것이 시스템화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의 의료기관에 이러한 시스템이 없고 병명도 제대로 코드화 되어 있지 않다. 진료기록부에 따라서는 10가지 20가지씩이나 병명이 적혀있다. 이렇게 해서는 무엇이 주된 병명인지 알 수 없고 DRG도입은 어렵다.
입원비의 어느 부분까지를 대상으로 하나
약가(藥價)를 포함해야 하나, 별도로 세워야 하나
ICD에 근거한 코드 설정을 어떻게 보급하나
미국과 달리 진료수가상에는 없는 의사의 기술료의 취급은 어떻게 하나
예외적 장기입원 등의 '이상치'의 취급은 어떻게 하나
이 때문에 '일단 지불방식과는 따로 떼어서 의료의 질을 등급매기는 병원기능평가를 활용하는 것부터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다.
여기서 미국의 의료사정을 살펴보자.
미국에는 개인경영과 주식회사 형태의 영리병원이 있다. 최근 흡수합병에 따른 체인화가 진행되어 영리병원을 경영하는 기업의 수는 1986년의 834개를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병원 체인은 197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했다. 시장메커니즘에 바탕을 두고 영리병원은 비용삭감이나 리엔지니어링 등 경영효율을 추구한 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사업전략으로서 채산성 낮은 서비스와 환자를 피하고 다른 시설이나 별도의 보험제도로 전환해 왔다. 물론 경쟁에 패배하여 도산하는 병원도 많다.
한편 공공단체, 종교단체 등이 경영하는 비영리병원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조사연구와 교육 분야에서 많은 사회적 공헌을 하고 있다. 보험 비가입자나 메디케이드(저소득자 의료보험) 환자는 영리병원에서는 경원시되기 때문에 비영리병원을 이용하는 일이 많다.
이러한 가운데 비영리병원에서도 둘 이상의 병원을 소유하는 멀티 호스피틀 시스템이 급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병원 체인을 몇 군데 소개하도록 하자.
급성질환 병상수로 보면 미국 최대이자 가장 어그레시브한 영리병원 체인인 콜롬비아/HCA헬스케어社가 40368병상으로 최고이다. 이어서 텔넷(Telnet), 온다 헬스코프(OrNda Health Corp)의 순이다.
콜롬비아/HCA헬스케어사는 1987년에 시작한 소형병원체인 콜롬비아사가 모체이다. 1993년 전반에 휴머나(Humana)의 병원 비즈니스 회사인 가렌 헬스케어를 매수하고 1993년 후반에는 최대규모의 HCA(Hospital Corp of America)와 합병, 콜롬비아/HCA가 되었다. 1995년 4월, 라이벌인 대기업 헬스 트러스트(Health Trust Inc.)의 매수를 완료하여 현재 시설군은 38개주에 걸쳐있다. 340개의 병원, 외래수술진료소 135개, 재택 서비스 시설 200개를 포함하며 총 자산액은 20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병원자본으로 성장했다.
텔넷사도 합병?매수(M&A)를 거듭하여 성장한 체인으로, 83개의 병원을 소유하고 있다. 연간 총매상 53억달러의 병원 자본이다.
이러한 일련의 M&A의 완료로 2대 거대 체인이 탄생하여, 콜롬비아/HCA헬스케어사와 텔넷사로 미국의 주된 영리병원이 소유하는 12만2천 병상 중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영리병원 체인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 이유는 공적병원에 비해 비용삭감을 지향하고 채산성 낮은 서비스나 환자를 피하고 수익성 높은 화자와 분야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은 인사관리와 경영관리 면에서도 리엔지니어링을 행함으로써 경쟁의 격화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이러한 병원 체인화와 보험회사가 병원을 매수하는 '매니지드 케어'가 동시 진행되고 있으며 해외에서의 투자기회를 노리고 있다.
예를들어 텔넷사는 싱가포르에서 부유층을 대상으로 2개 병원을 경영하여 높은 수익을 올렸다. 미국 국내에서 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이 일어났기 때문에 현재는 철수했지만 이 사건이 없었다면 경영을 계속하여 고수익을 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외자도입제한이 없어지면 일본에도 부유층 환자를 겨냥하여 들어올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일본의 의료시장은 어떠한 상황에 있는 것일까?은행, 증권회사의 잇따른 도산의 영향으로 경기가 냉각되어가서 회계년도말인 3월에는 결국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락했다. 일본의 국민 총 의료비는 연간 약 30조엔. 1991년 이후 국민 총 의료비의 신장이 국내총생산(GDP)의 신장을 웃돌아 이대로 유추하면 일본은 의료비 증대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65세 이상의 고령자 인구를 15세 미만의 유소년인구로 나누고 100을 곱한 노년화지수는 1997년에 벌써 100.3에 달하여 세계 최초로 노년화지수가 100을 넘은 국가가 되었다.
사태는 심각하다.
전국민의료보험을 견지해 나가는 가운데 재정지출액도 이미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예를들어 총 합계 23만4천 병상을 갖는 공립병원(도도부현영 병원, 정령지정도시영병원, 시영병원, 정촌영병원, 조합영병원의 990개 병원)의 누적결손금은 자치성 재정국 준공영기업실 조사에 따르면 1995년도에 9천4백74억엔에 이르러 이미 파산상태에 있다.
이 때문에 자치성에서는 이들 공립병원을 민간병원에 이양하는 방침을 명확히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하여 공립병원측은 의료의 공공성과 시민 요구라는 대의명분 및 개호보험제도의 2000년 실시가 사실상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는 것을 방패삼아 경영적자를 병원채 발행으로 메우려고 하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전국 공사립병원연맹이 1997년 6월의 1개월분으로 단축해 실시한 병원운영실태분석조사에 따르면 흑자병원, 적자병원의 비율은 집계병원 1412군데 중 70.0%(799군데)가 적자였고, 흑자병원은 30.0%(343군데)였다. 자치단체 병원에서는 671군데중 89.0%(597군데)가 적자였다. 사립병원은 249군데 중 40.6%(101군데)가 적자였고 흑자병원은 59.4%(148군데)였다.
100병상당 수지금액은 총 비용 1억3천495만엔인데 대하여 총 수익은 1억2천671만엔. 총 수익에서 총 비용을 빼면 824만엔의 적자이다. 의업비용은 1억3천25만엔인데 대하여 의업수익은 1억 1억2천461만엔으로 의업수익에서 의업비용을 빼면 564만엔의 적자이다. 의업비용에서 차지하는 급여비의 비율은 51.0%. 약품비 비율은 21.7%이다.
일반병원에서의 100병상당 직원수는 1993년에는 직원총수가 104.9명이었으나 1997년에는 112.4명으로 늘었다.
의사 1인 하루당 취급 환자수는 입원환자 평균 7.9명, 외래환자 평균 15.7명이다. 진료과별로 환자 1인당 진료수입이 가장 높은 곳은 입원에서는 심장혈관외과의 8만3천4백엔. 가장 낮은 곳은 정신과의 1만2천4백엔. 외래에서는 피부비뇨기과의 1만8천9백엔, 방사선과, 호흡기과, 심장혈관외과, 내과, 외과가 1만엔을 넘는데 비하여 낮은 곳은 재활의학과의 2천8백엔. 검사 1건당 검사수입액은 평균 541엔이다.
일본의 병원은 만성적인 적자체질이다. 국공립병원에서는 뚜렷한 직원 과잉현상을 보이며 빈 병상을 갖고 있어 고비용체질이다. 그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검사나 약을 과용하는 진료과의 수입이 두드러지게 높다. 본래는 필요 없는 검사나 투약을 계속하면 의사의 수입은 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자에게는 어떤 치료를 하는가 알려지지 않고 들어간 비용이 나중에 한꺼번에 청구된다.
이것이 일본의 의료의 딱한 현실이다.

뻗어가는 촉수

이런 폐색상황에 있는 일본의 의료계는 서서히 급소를 공격당하고 있다. 정령지정도시{{) 우리나라의 광역시와 비슷한 개념임}}인 가와사키(川崎)시의 시립병원(자치체병원)이 그 일례이다.
가와사키시의 시립병원은 개축중인 가와사키병원(가와사키區, 일반 683, 전염 50, 계 733병상)과 이다(井田)병원(나카하라區,, 일반 494, 정신 6, 결핵 58, 계 558병상)의 두 군데인데, 둘 다 가와사키 남부의료권에 위치한다. 1998년 10월에 가와사키병원이 오픈하면 지금까지의 일반병상 683병상에 50병상이 늘어 733병상이 되고 총 병상수는 783병상이 된다.
병상규제가 국제적 추세가 되고 있는 가운데 역전현상이 진행중인 것이다.
1997년 12월의 시의회에서 다카하시 키요시(高橋淸) 시장은 2000년을 목표로 가와사키, 이다 두 병원과는 별도로 약 400병상의 북부 종합병원을 만들기로 약속하고 1998년도 시 예산에 북부의료시설 기본구상기본계획 책정비를 계상했다. 이렇게 하면 가와사키시의 시립병원수는 3개가 되며 합계 병상수는 한번에 1741병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가와사키시의 재정은 절박하다. 1998년도 예산은 총액으로 약 1조원이었는데 거품경제시기에도 충분한 상환을 다하지 못했던 공채상환액은 막대하다. 일반회계로 시산(試算)하여 임시로 1999년도 이후의 시채를 년 450억엔으로 억제하고 상환이자를 3%로 봐도 2003년도의 상환액은 약 764억엔이나 된다.
기채와 교부세로 지방재정을 지탱하고 있는 호송선단방식이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도 가와사키시는 1998년도 예산에 시채상환을 위해 공채비에다 전년도와 같은 550억엔을 계상했다. 절정기였던 1991년도에는 310억엔 확보되어 있던 재정조정기금을 단숨에 100억엔을 깼다. 현재 재정조정기금은 35억엔이라는 과거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위기적 재정상황은 가와사키시뿐만이 아니다. 현재 경영하는 자치체병원에서도 큰 적자를 안고 있다. 가와사키병원과 이다병원을 합친 1997년말의 시립병원의 누적적자금액은 89억3천2백19만엔. 내역은 가와사키병원은 43억9천3백91만엔, 이다병원은 45억3천8백28만엔이다.
그건 그렇다 쳐도 가와사키병원, 이다병원이라는 두 병원을 합친 누적적자가 89억3천2백19만엔이나 되는 가와사키시가 새로 약 400억엔을 투자해가면서 북부종합병원을 건설할 수 있을까?이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기채'라는 자금조달법에 있다.
다카하시 시장은 1997년 12월 시의회의 의원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북부종합병원 신설은 시 직영이 아니라 운영위탁방식으로 실시하겠다는 견해를 발표했다.
가와사키시 건강복지국 총무부 기획과에 따르면 그 최대 이유는 시의 책임에 있어서 운영위탁방식을 채용하면 공적인 의료(특히 구급의료확보)가 실시가능함과 아울러 기채에 의한 건설비 조달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시 직영방식을 채용하면 인건비가 비싸고 병원 스탭으로서 시 직원을 증가시키는 일은 시세수입 감소가 현저한 상황에서는 곤란하다고 한다.
어쨌든 국가에 대한 기채와 공영기업공고자금조달운용을 기대하고 있는 신병원사업이라는 점은 명백하지만 재정조정기금은 앞서 말했듯이 35억엔 밖에 남아있지 않다.
가와사키시의 병원사업과에서는 '올해의 것을 꾸려나가는데도 벅차서 다음해의 일은 생각할 수 없다'며 목소리가 젖어든다. "그게 바로 미국 병원경영자본이 노리는 점"이라고 미국에서 병원매수를 수없이 보아온 일본병원회의 어느 간부는 경계한다.
"미국 병원경영자본은 자치체병원이 누적적자 때문에 발행하는 병원채의 상환?이자변제로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때 자금을 조달해주고 그 대신에 자기쪽에서 병원경영의 베테랑을 내보내는 것을 조건으로 계약서에 서명을 요구해 올 것이다."큰 적자를 보았을 가와사키병원은 거기다 4백억엔을 투입하여 고령화사회와 병원기능의 고도화, 정보화를 키워드로 하는 종합의료정보시스템 실시를 위해 1997년 10월에 IBM사에서 만든 수퍼컴퓨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IBM은 일본국내 대기업 메이커인 후지츠, 일본전기 등을 물리치고 낙찰했다. 범용컴퓨터의 매상총액은 12조4천억엔(97년도). 5년전까지는 매상 1위의 후지츠에게 크게 당했던 IBM이 2위로 급부상, 톱 자리에 다가가고 있다.
이 IBM 급부상의 원동력이 된 주 고객이 사실은 자치체병원이다.
IBM이 시장에서 상승곡선을 그려온 시기는 1993년의 우르과이라운드 교섭에서 일본이 약 100가지 분야에서 병원 서비스의 자유화에 동의했을 때와 겹쳐진다. 또한 가속이 붙은 것은 IBM이 제4세대 범용컴퓨터를 개발하여 일본시장에서 팔기 시작한 96년부터이다.
IBM은 일본의 주요 병원의 재무내용에 관한 정보와 의료기기 설치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의사 데이터, 약품별 구입데이터까지 꿰어차고 있다. 물론 데이터는 수시로 갱신되고 있다.
IBM은 미국 병원경영자본의 '사전공작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일까?앞서 언급했던 통산성의 아카이시 과장보좌는 "IBM 등의 컴퓨터 메이커는 의료분야에 대한 질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시장에서 스킨 크리밍(맛있는 곳만을 포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가와사키시 건강복지국에 따르면 가와사키 병원이 IBM 컴퓨터 도입을 결정한 것은 병원의 의사를 중심으로 한 컴퓨터도입위원회라고 한다. IBM이 낙찰된 이유로는 단순히 입찰가격이 낮았던 것 말고도 장래의 DRG를 상정한 전자 의료기록 구축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IBM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목소리도 있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IBM의 수퍼 컴퓨터는 이미 자치의대 오노미야(大宮) 의료센터를 비롯하여 일본 국내에서 30군데 가까운 종합병원이 도입하고 있다.

현장의 의사는 이렇게 생각한다.

가와사키시 주재 의사이며 일본병원회 간부이기도 한 A씨는 미국의 병원관리학자와 미국병원경영협회의 간부들과 친분이 있다. "가와사키병원이 IBM으로부터 수퍼 컴퓨터를 도입하여 미국 병원경영자본의 일본진출이 단숨에 가속이 붙을 것이다." A씨는 이렇게 해석한다.
"미국 병원경영자본에게는 일본의 자치체병원이야말로 최대의 타깃이다. 우선 일본 국내에서 유능한 병원 컨설턴트업자와 손을 잡고 충분히 조사를 한 뒤에 일본으로 진출할 것이다."미국의 병원경영자본은 영리기업이기 때문에 의료 내용과 서비스에서 소홀함이 없다. 다른 의료기관보다 치료성적을 좋게 하고 당일퇴원 수술도 실시한다. 환자와 가족의 높은 평가를 얻어 인폼드 콘센트와 정보공개, 환자에 대한 비밀보장의무를 지키는 데 더욱 열심이다.
외국병원경영자본의 도입으로 DRG가 실시되면 일본의 병원 몇군데는 자연소멸의 형태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 의료의 정점에 서있는 대학병원의 현실은 너무나 폐쇄적이다.
근무의의 대부분은 피라밋 모양을 구성하는 교수를 정점으로 강좌제를 두는 의과대학 등에 적을 둔다. 의사는 의국 계열병원에 보직 알선을 의존하는 편이 마음 놓인다는 의식에 집착한다. 1현 1의대 정책의 결과 초래된 의사대량양성시대의 부산물들은 전문의 인정자격(정신신경학과를 제외한 45개 학회 인정에 의한 전문의 합계수는 의사 총수 22만 명 중 13만 명)을 취득하여 장기(臟器)별로 진료에 종사하고 있다.
의사는 남에게 의지할 바에야 힘있는 곳에 의지하는 것이 좋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물들어있다. 그것은 개업의도 예외가 아니다. 샐러리맨화 되어있고 의료는 환자에 대한 서비스업이라는 의식도 상당히 결여되어 있다.
의료계가 오랜 기간동안 돈벌이주의에 흠뻑 젖어 미국처럼 종합진료의(미국은 3만 명), 또는 지역의료에 있어서 프라이머리 케어에 종사하는 개업의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아직 적다.
이를 비호하고 있는 것이 규제라는 이름의 행정 개입이다. 일본의 의료는 의료법 등에 의하여 여러 가지 규제가 가해져 있다. 왜 규제가 있는 것일까? 그 커다란 이유에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주고받는 서비스의 질에 관한 정보의 보유량이 다를 때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환자는 치료를 받을 때 의사나 의료기관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적은 정보량밖에 갖지 못한다. 이것이 의료를 시장의 자유경쟁에 맡기기를 주저하게 하여 행정의 개입을 허락하고 규제를 행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 규제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정보량의 차이를 고정시켜, 항상 병원간의 경쟁이 없는 현상을 유지하는 방향, 즉 의료의 질 향상에 반드시 관련되지는 않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병원경영의 프로 양성을 서둘러야

병원경영자본 도입은 이러한 일본의 의료를 지배하는 폐색상황에 숨구멍을 열어준다.
전 도쿄변호사회 부회장이며 의료소송문제 전문가인 수다 키요시(須田 淸)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의 의료는 규제로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 있으나, 규제완화?자유경쟁의 큰 흐름 속에서 의료만이 예외취급을 받을 수는 없다. 조만간 완화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병원은 그런 시대를 앞서서 더욱 기업이 갖는 합리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규제완화로 인하여 종합상사, 손해보험회사, 유통회사, 제약회사 등의 기업이 의료에 참여해 들어오는시대도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다. 국민에게는 질 높은 의료혜택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선택기준이 된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보험의 방향에 영향을 주어 병원에 따라서는 자유진료 한가지로만 나아가는 곳도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의 의료는 공평하지만, 가령 돈 많은 사람들 중에는 더욱 좋은 의료를 받고싶다는 사람도 있다. 환자측에 그러한 선택의 폭은 있어도 좋으며 병원의 공정한 경쟁과 고품질의 의료가 확보되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수다 변호사는 "공정한 경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판관이나 변호사를 포함한 사법이 더욱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며 이렇게 제안한다.
"의료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사 중에서 의료 시스템을 비롯하여 의료가 갖는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의과대학에 문과코스를 설치하여 의료를 좋게 만드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우리 법률가와 손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미국 병원경영자본은 특히 병원경영관리사의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문과대학 출신이라도 병원경영 제네럴리스트가 되기 위한 기초교육을 받고 6년간 의학, 약학, 의료공학, 의료법규 등을 공부한다. 그러나 일본에는 병원경영의 전문가를 키우는 기반이 하나도 없다.'의료 빅뱅 추진자의 한 사람이며 일본 병원회 상임이사인 天願 勇 의사는 다음과 같이 총괄한다.
"JR, NTT의 예를 들 것도 없이 의료의 효율화, 합리화의 첫걸음은 적자인 국공립병원의 리스트럭쳐이다. 국립병원이 담당해야할 정책의료의 범위를 줄이고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표한다. 재해의료, 벽지의료 등은 지방자치체에, 구명구급을 포함한 일반의료는 민간병원에 맡기고 이 업적의 평가는 의료평가기구(NPO{{) Non-Profitable Organization, 비영리기구}})에 위탁한다.
행정조직을 슬림화 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민간활력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정부=관(官)과 시장=민(民) 이라는 최적의 조합을 추구하여 정관업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처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NPO의 역할을 모색할 좋은 기회이다.
지금까지 전국민의료보험제도를 바탕으로 '평등과 공평'이라는 원칙 하에, '양(量)과 액세스'를 최우선으로 삼아왔던 일본의 국민의료의 방향 가운데 '질과 효율' 및 '선택과 경쟁'의 시장원리를 도입함으로써 일본의 의료 시스템을 성숙시킬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질과 효율'이나 '선택과 경쟁'에서는 압도적으로 외국병원경영자본이 뛰어나다. 고비용 체질의 일본 병원은 의료 빅뱅이라는 "흑선"을 앞에 두고 얼마만큼 살아나을 수 있을 것인가? 의료 빅뱅 원년인 2000년은 이제 코앞에 다가와 있다. / 번역 李芝蓮 1998 06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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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6/09 11:50 1998/06/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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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은영 2009/09/24 15: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파일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었구나~ 정말 네 덕에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어서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