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친구야!

일기 2006/01/19 23:52 PlusAlpha
직장에서 홍보물 만드는 일을 하는 중에 전문적인 사진촬영이 필요하여 홍보물 제작사를 통해 포토그래퍼를 섭외하였고 오늘 그 촬영이 있었다.
미리 전해 들은 포토그래퍼의 이름 석 자를 들으며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이십 여 년 전 같은 반 친구를 떠올렸다. 그리 특이한 이름은 아니어서 동명이인이겠거니 했지만 머리속 한 편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나중에 누군가를 통해 미대에 갔다는 소식만을 들은 적이 있는 그 아이가 자꾸 내 sixth sense를 건드렸다.

그래도 설마 진짜로 그가 나타날 줄은 몰랐다.
어릴 때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보자마자 알아봤지만, 혹시 그가 날 못알아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짪은 순간 잠시 망설이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가 먼저 알은체를 했다.
그의 얼굴을 보자 갑자기 그 아이의 생일이 떠올랐고, 생일파티에 초대 받아 갔던 그의 집 대문과 앞마당 풍경이 떠올랐고, 크레파스밖에 못 만져봤던 내가 그 집에서 난생 처음 파스텔이라는 것을 구경하고 신기해 하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리고 그 아이와 같은 반이던 "국민학교" 2, 3학년때의 기억들이 하나, 둘 꼬리를 물고 떠오르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난 수 십 년동안 그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물며 그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그의 얼굴을 보자 생일까지 기억이 나다니 나 스스로 깜짝놀랐다.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이 평소에는 기억하지 못하던 것들을 줄줄이 기억해내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어쩌면 그의 얼굴을 보고 옛날로 돌아가는 최면에 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골 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보내고 난 후, 2학년 초에 도시로 이사하여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나로서는 문화적 충격이 꽤 컸다. 그래서 그 전학간 첫 해의 기억이 내 뇌의 한구석에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초등학교 동창을 만25년여 만에 다시 만났다.
멋지게 활약하는 아티스트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더욱 흐뭇하다.
반갑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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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9 23:52 2006/01/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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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테.. 2006/01/22 0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호!!! 그런일이 다있군요!!! 신기하네요...
    전 너무 찾고 싶은 친구가 있어서 아이러브스쿨들어가서 이름이 같은 사람들 50명쯤 다 메일보내도 못찾았답니다..
    보고싶다 친구야!

    • PlusAlpha 2006/01/22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저도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제가 직감이 꽤 잘 맞는 편인데 이번에도 역시 적중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