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허둥지둥 출근을 하다가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다.
그 사실을 알게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하루종일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사실 하루동안에, 그것도 사무실에 있는 낮동안에
핸드폰이 울리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데도 말이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막막함 같은 것도 느껴질 정도다.

생각해보니 핸드폰이 얼마나 편리한 통신수단인가...
10여년전 내가 대학생때, 핸드폰은 물론 삐삐도 이메일도 없던 시절에는
주로 학보를 통신수단으로 사용했다.
정기간행물이기 때문에 일반 편지보다 우편요금이 싸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겠지만 그 나름대로 멋이 있었다.
오늘은 나한테 학보 온 게 없을까 하고 매일 과사무실 학보통 앞을 한 번씩 기웃거리고, 리포트용지를 반으로 길게 접어 안쪽에 편지를 쓰곤 했다.
편지를 쓴 그 리포트지로 학보에 정성스레 띠를 둘러 옷을 입히던 일들을 요즘 대학생들도 하고 있나...?

또 전에는 친구한테 전화하려면 집으로 전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 등 다른 사람이 받을까봐 밤 늦은시간에는 전화할 엄두도 못내고
어쩔 수 없을 때는 최대한 공손한 말투로 전화를 하곤 했었지.
전화해도 집에 없기가 일쑤였지만...

약속장소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오지 않으면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고
그 약속장소로 전화라도 걸려오면 다행이었다.
그러면 커피숍 주인이 마이크에 대고, 혹은 소리를 질러가며
"아무개씨 카운터에 전화 와 있습니다" 라고 알려주기도 했었는데...
그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약속에 나가지 못했다가 오해가 생겨서
헤어진 친구나 커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핸드폰이 정말 대단한 물건이더군.

오늘은 전화가 몇 번이나 와 있을까?
꼭 집에 두고 온 날은 부재중전화가 더 많이 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 했는데 전화를 안받으니 조금 있다가 또 한 번 해 보곤 하니까...

아... 답답해...
아무래도 오늘은 얼른 집에 가야겠다.
빨리 가서 핸드폰이 무사한지
배터리는 안나갔는지, 부재중 전화는 몇 통이나 왔는지
빨리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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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24 20:19 2001/07/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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