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인생을 돌아볼 때 내가 가장 '잘 나갔던' 전성기는 중학교 1학년때였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 학교 배정결과를 통보받았을 때는 좀 실망이었다.
역사와 전통있는 다른 학교들을 제쳐놓고 하필 변두리 허허벌판에 새로생긴 학교란 말인가...
그 주변 도로는 아직도 비포장이어서 비만 오면 신발이 엉망이 되곤 했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우리집에서 학교에 가려면 수원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성남행 시외버스를 타야 했는데 아무래도 시내버스보다 배차간격이 길었기 때문에 항상 버스때문에 애를 먹었다. 만원버스에서 숨도 못쉴 정도로 끼어있다가 학교에 도착하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버릴 지경이었다.
그 점만 빼면 모든게 너무 잘 돌아갔다.
공부면 공부, 교회활동이면 교회활동, 피아노면 피아노... 어느것 하나 어려울 것이 없었다.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되는데도 토요일 오후에 선명회 어린이합창단의 수원공연을 보기 위해 음악회에 다녀올 정도로 여유만만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받았던 수많은 성적표 중에서 중학교 1학년때 것이 가장 빛났다.
선생님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 즉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듣고 그 시간 안에 바로 이해하며 그날그날 꾸준히 예습, 복습 하는 그런 생활을 실제로 실천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면서도 뒤늦게 시작한 피아노의 진도도 뒤쳐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연습했다.
아... 지금 생각하니 정말 친구들이 질투할만도 했다.
나도 그 시절의 나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고 희망이 넘쳐나던 시절.
그래도 그 당시는 그게 최고의 순간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지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러나 그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선생님이 싫어진 것이다.
과학을 가르치던 강OO 선생이 있었다.
(오래전 일이니까 실명을 밝힐까도 생각했지만 약간 특이한 이름이니 참기로 한다.)
한 30대 중반 정도 된 남자 선생인데 키 크고 늘씬하고 핸섬하다면 핸섬하게 봐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요즘 말하는 왕자병 증세가 좀 있었다.
그는 키 크고 성숙한 아이들을 좋아했다. 나같이 키 작고 어려보이는 아이는 안중에도 없었다. 언젠가부터는 그가 예뻐하는 맨 뒤에 앉은 김OO라는 아이의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대충 설명을 한 뒤에, 자습하라거나 생각해보라고 시켜놓고는 그 자리에 가서 속닥속닥 하면서 히히덕거리고, 떠들기는 자기들이 더 떠들어놓고는 "야, 거기 앞에있는 녀석들, 조용히좀 해!"하고 소리치기도 했다.
나는 그런 행동이 선생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늘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봤고 그 선생도 분명히 그런 나를 쪼그만 게 건방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1982년 12월 8일에 일어난 사건.
뭔가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숙제가 있었는데(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나에게 그걸 발표해보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열심히 예습복습하고 성실히 숙제해가던 내가 아니었던가.
나는 자신있게 발표를 마쳤다. 그리고 내 자리로 돌아가려는 순간 그가 트집을 잡았다.
발표가 끝났으면 다른 사람들의 질문은 없는지 질문을 받고 들어가야 할 것 아니냐. 발표하는 태도가 틀려먹었다.
뭐... 이런 식으로 나에게 빈정거렸다.
하지만 학기말에 가까운 그때까지 한번도 발표할 때 그런 식으로 하라고 배운 적도 없고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발표한 적이 없었다. 난 그저 평소에 하던대로 한 것이고 내용도 자신있었고 아무 문제될게 없었기 때문에 그의 그런 지적이 너무 황당하고 기분나빴다. 그가 나를 의도적으로 못살게 굴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들고있던 노트를 내 책상에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 식으로 발표하라고 언제 가르쳐주신 적 있어요? 전 평소에 하던대로 발표한건데 다른때는 아무말 없으시다가 왜 오늘 갑자기 그러시는거예요?"
그 이후부터 나에 대한 그의 태도가 달라졌음은 더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 그는 이제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게 된 것이다... 하하.
그리하여 그 선생과의 신경전은 졸업때까지 계속되었다.
지금은 50대 중반쯤 되어있을 그 사람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사실 처음에 학교 배정결과를 통보받았을 때는 좀 실망이었다.
역사와 전통있는 다른 학교들을 제쳐놓고 하필 변두리 허허벌판에 새로생긴 학교란 말인가...
그 주변 도로는 아직도 비포장이어서 비만 오면 신발이 엉망이 되곤 했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우리집에서 학교에 가려면 수원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성남행 시외버스를 타야 했는데 아무래도 시내버스보다 배차간격이 길었기 때문에 항상 버스때문에 애를 먹었다. 만원버스에서 숨도 못쉴 정도로 끼어있다가 학교에 도착하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버릴 지경이었다.
그 점만 빼면 모든게 너무 잘 돌아갔다.
공부면 공부, 교회활동이면 교회활동, 피아노면 피아노... 어느것 하나 어려울 것이 없었다.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되는데도 토요일 오후에 선명회 어린이합창단의 수원공연을 보기 위해 음악회에 다녀올 정도로 여유만만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받았던 수많은 성적표 중에서 중학교 1학년때 것이 가장 빛났다.
선생님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 즉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듣고 그 시간 안에 바로 이해하며 그날그날 꾸준히 예습, 복습 하는 그런 생활을 실제로 실천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면서도 뒤늦게 시작한 피아노의 진도도 뒤쳐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연습했다.
아... 지금 생각하니 정말 친구들이 질투할만도 했다.
나도 그 시절의 나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고 희망이 넘쳐나던 시절.
그래도 그 당시는 그게 최고의 순간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지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러나 그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선생님이 싫어진 것이다.
과학을 가르치던 강OO 선생이 있었다.
(오래전 일이니까 실명을 밝힐까도 생각했지만 약간 특이한 이름이니 참기로 한다.)
한 30대 중반 정도 된 남자 선생인데 키 크고 늘씬하고 핸섬하다면 핸섬하게 봐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요즘 말하는 왕자병 증세가 좀 있었다.
그는 키 크고 성숙한 아이들을 좋아했다. 나같이 키 작고 어려보이는 아이는 안중에도 없었다. 언젠가부터는 그가 예뻐하는 맨 뒤에 앉은 김OO라는 아이의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대충 설명을 한 뒤에, 자습하라거나 생각해보라고 시켜놓고는 그 자리에 가서 속닥속닥 하면서 히히덕거리고, 떠들기는 자기들이 더 떠들어놓고는 "야, 거기 앞에있는 녀석들, 조용히좀 해!"하고 소리치기도 했다.
나는 그런 행동이 선생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늘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봤고 그 선생도 분명히 그런 나를 쪼그만 게 건방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1982년 12월 8일에 일어난 사건.
뭔가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숙제가 있었는데(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나에게 그걸 발표해보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열심히 예습복습하고 성실히 숙제해가던 내가 아니었던가.
나는 자신있게 발표를 마쳤다. 그리고 내 자리로 돌아가려는 순간 그가 트집을 잡았다.
발표가 끝났으면 다른 사람들의 질문은 없는지 질문을 받고 들어가야 할 것 아니냐. 발표하는 태도가 틀려먹었다.
뭐... 이런 식으로 나에게 빈정거렸다.
하지만 학기말에 가까운 그때까지 한번도 발표할 때 그런 식으로 하라고 배운 적도 없고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발표한 적이 없었다. 난 그저 평소에 하던대로 한 것이고 내용도 자신있었고 아무 문제될게 없었기 때문에 그의 그런 지적이 너무 황당하고 기분나빴다. 그가 나를 의도적으로 못살게 굴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들고있던 노트를 내 책상에 소리나게 내려놓으며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 식으로 발표하라고 언제 가르쳐주신 적 있어요? 전 평소에 하던대로 발표한건데 다른때는 아무말 없으시다가 왜 오늘 갑자기 그러시는거예요?"
그 이후부터 나에 대한 그의 태도가 달라졌음은 더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 그는 이제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게 된 것이다... 하하.
그리하여 그 선생과의 신경전은 졸업때까지 계속되었다.
지금은 50대 중반쯤 되어있을 그 사람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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