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미국여행

글모음/여행 2009/12/24 23:59 PlusAlpha
결혼직후 일본으로 이사하느라 바빠서 신혼여행을 못 갔기 때문에 뒤늦은 신혼여행을 겸하여 남편과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기간 : 2009년 11월 21일 ~ 28일 (5박 7일간)
여정 :
 11/21 나리타 공항 - LA 공항 - 덴버 공항 - 친척집 방문(Boulder 시내 및 록키마운틴국립공원 등)
 11/24 덴버공항 - Newark 공항 - 뉴욕(맨하탄 일부 관광, 뉴욕필 공연 관람 등)
 11/27 JFK 공항 - 나리타 공항

롱코트를 입고 갔는데, LA에서는 코트가 무색할만한 더운 날씨, 덴버와 볼더 등 콜로라도에서는 코트 하나로 부족할만한 추운 날씨, 뉴욕에서는 딱 적당한 날씨였다.
겉옷을 더 가지고 가고 싶었지만 짐이 많아서 코트 하나로 일주일을 버텼다.ㅡ.ㅡv
(당연하지만 사진 보면 다 똑같은 코트...ㅡ.ㅡ;;;)

LA공항에서 덴버 공항까지는 AA(아메리칸 항공)를 타고 갔는데, 승무원이 모두 아저씨인데다 불친절하고 서비스도 좋지 않았다.
LA에 아침 9시에 도착하여 3시간 남짓 기다렸다가 덴버행으로 갈아타고 12시경 출발하는 일정이었는데, 간단한 기내식 정도는 주겠지 생각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비행기를 탔더니 음료수만 한 잔 주고 샌드위치는 돈 내고 사 먹으라고 했다. 별로 맛있어 보이지도 않고 시차때문에 졸립고 피곤해서 먹는 것은 포기했다.
원래 JAL에서 예약하고 코드셰어로 AA를 타게 된 것인데, 코드셰어 승객은 자리를 한 군데로 몰아놓았는지, 맨 뒷부분의 두 줄이 전부 한국인과 일본인, 중국인들만 있었고, 백인 남자 승무원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고 지나다녀 필요한 서비스도 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아메리칸 항공에 대해 매우 안좋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남편의 친척 마리 상이 콜로라도에 살고 있어서 이틀동안 신세를 졌다.
우리나라식 항렬로 따지면 남편의 조카뻘이지만, 연령대가 비슷하고 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냈던 터라,보통 사촌지간보다 더 각별한 친척이다.

마리 상의 집은 록키산맥 중턱에 위치해 있는데 지은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새 집이고, 친구나 친척이 놀러올 것을 대비해 별도의 욕실까지 딸린 게스트룸을 제대로 만들어놓아서 지내기 편했다.
마리 상의 남편 스티브가 신혼여행을 축하한다며 웨딩케익과 저녁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스티브는 프로 사진작가인데, 그의 책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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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Boulder) 시내를 둘러보고 간단한 쇼핑을 한 다음 록키마운틴 국립공원에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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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
록키산맥은 사진으로 찍으면 그냥 산이지만 눈으로 보면 스케일이 다른 대자연이다.
특히 덴버공항에서 이륙 직전에 봤던, 병풍을 쳐 놓은 듯 끊임없이 이어져 둘러싼 산맥은 놀랍고도 감동스러웠다.

11월 24일 아침 8시 출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5시에 마리 상 부부와 함께 집을 떠나 덴버 공항에 6시에 도착하였다.
마리 상 부부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가족 모임을 위해 스티브의 고향인 뉴저지로 간다고 해서, 같은 비행기로 뉴아크(뉴어크?) 공항까지 동행했다.

뉴욕에서는 Lexington Ave. 48th St.에 있는 Intercontinental Barclay 호텔에 묵었다.
신혼여행이니 좀 좋은 호텔에 묵자고 해서 고른건데 뉴욕 숙박비가 그렇게 비싼줄은 몰랐다. 서울이나 도쿄의 최고급호텔보다도 훨씬 비쌌다.ㅜㅜ
그나마 두 달 전에 할인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것이 그정도이고, 추수감사절이 끼어있는 기간이라, 직전에는 예약한 가격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호텔은 오래된 건물이긴 해도 잘 관리되어 쾌적하고 편안했다.
침대가 엄청 높았지만 포근했고, 특히 리넨의 질이 매우 좋았다.
무선인터넷은 호텔로비에서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룸에서는 24시간에 13달러 정도의 요금을 내야 하지만, 랜케이블을 연결하면 메일(pop3)체크는 무료로 할 수 있었다.
룸에 있는 TV로도 인터넷이나 메일체크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노트북PC를 가져갔기 때문에 사용해보지 않았다.
호텔 현관 바로 맞은편에는 24시간 영업하는 델리가 있는데 음료수나 간단한 식사 등을 살 수 있어서 몇 번 이용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였다. 물론 한국말도 잘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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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continental the Barclay New York Hotel


호텔에 짐을 푼 후 스티브가 점심으로 먹으라고 싸준 샌드위치를 저녁식사로 먹고나서(뉴욕행 컨티넨탈 항공에서는 간단한 점심식사를 주었기 때문) 역시 두 달 반 전에 예약해놓은 뉴욕필 공연을 보기 위해 서둘러 링컨센터를 찾아나섰다.
지도로 확인해보니 호텔에서 링컨센터까지는 2km남짓한 거리인데, 지하철을 타기도 좀 애매한 듯 하여 뉴욕 시내 구경도 할 겸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직도 시차에 제대로 적응이 되지 않은 데다, 그날 아침에도 4시에 일어나고 계속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해 피곤이 누적되어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는 둘 다 매우 지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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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ry Fisher Hall, Lincol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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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본 에이버리 피셔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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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ulliard School


이날 공연은 리카르도 무티 지휘로 리스트의 전주곡, 엘가의 남국에서,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주했다.

자리는 1층 가운데열 맨 뒤에서 세 번째줄 쯤이던가...
공연장은 거의 만석이었고, 이날 공연때문에 일부러 정장까지 싸들고 갔는데, 원래 그런건지 추수감사절 휴가기간이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캐주얼한 복장이 더 많았다.
그리고 관객의 평균연령이 50~60대 정도는 될 정도로 나이든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공연은 매우 훌륭했다.
남편은, 연주도 잘 하지만 특히 공연장의 음향이 좋다고, 모든 악기의 소리가 너무나 뚜렷하고 생생하게 들린다고 감탄을 했다.
하지만 피곤에 지친 두 사람은 이 훌륭한 연주를 들으면서도 살짝 살짝 졸 수밖에 없었다.
공연이 끝나자 앙코르 없이 해산했다.
졸면서 들은 게 너무 아쉽고 속상했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또 와보자고 약속했다.

호텔로 돌아가려니 힘이 빠져서 다시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택시를 탔다.
그러고보니 뉴욕에서는 계속 도보 아니면 택시로만 움직였고 지하철은 타보지 못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부터 종일 코스의 일본인 관광객 전용 버스투어를 했다.
뉴욕에 체류하는 시간이 짧아서 스스로 찾아다니며 관광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맨하탄 내의 유명 관광지를 대충 버스타고 돌아보고 정말 중요한 곳에서는 버스에서 내려서 들어가보기도 하고 하는 코스인데, 주마간산(走馬看山)이기는 해도 시간 없는 사람에게는 나름대로 유용한 수단인 듯 하다.
그런데, 이 관광버스의 운전기사도 미국에 온 지 25년 되었다는 한국인 아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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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잘 기억 안남..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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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nd 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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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섬으로 향하는 페리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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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페리 위에서... 맨하탄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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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필요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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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클린 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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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의 크리스마스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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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추수감사절) 있을 퍼레이드를 위해 대형 풍선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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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of the Rock(Rockefeller Center 옥상)에서 내려다 본 뉴욕


관광을 마치고 피곤했지만 그대로 쉴 수는 없었다.
뉴욕에 살고 있는 남편의 한국인 친구 H씨 부부와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다시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로 이동하여 H씨 부부와 만나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정말 맛있는 디저트를 소개해 주겠다며 걷기 시작했는데, 또 2~3km정도는 걸어서 Max Brenner(새 창으로 열기)라는 초콜렛 전문점에 도착했다.
휴일 전날 저녁이라 그런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고,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서서 한 시간을 기다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초콜렛 와플과 음료를 먹었다.
내게는 엄청 단 맛의 초콜렛이었는데, 뉴욕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꽤 많은 모양이었다.
문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내부도 많이 시끄러워서 얼른 먹고 일어났다.

녹초가 되어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추수감사절 당일이다.
원래는 모처럼의 기회이므로 대대적으로 벌이는 Macy's Thanksgiving Day Parade를 보러 가고 싶었지만, 수만 명이 모인다는 인파를 감당할 자신도 없고 많이 피곤해 있어서 오전내내 호텔 방안에서 TV로 퍼레이드 생중계를 지켜보며 쉬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쇼핑을 하러 밖에 나가보려고 나서는데, 추수감사절에는 쉬는 가게가 많아서 쇼핑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요즘 내가 빠져있는 베이킹 관련 물품들이나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Whole Foods Market에 갔다. 맨하탄에 여섯 군데 매장이 있지만 다들 쉬고 Union Square 매장만 연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갔다. 어제 갔던 Max Brenner 근처였다.
쇼핑을 마친 후 코리아타운에 가보기로 하고 유니온 스퀘어에서 브로드웨이를 따라 걸어 올라갔다.
브로드웨이 32번가는 정말 한국 간판들이 즐비했다.
그 중에서 강서회관이라는 식당에 들어가 저녁식사를 했다.
비빔밥과 파전, 남편은 평소 좋아하는 하이트 맥주까지.
아... 얼마만에 먹어보는 한국 음식인가.
일본에 온 지도 8개월이 되어가던 시점이었고, 일본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먹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꽤 반가웠다.
미국땅이라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서울의 식당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음식 맛은 물론, 인테리어나 식기, 서빙하는 아주머니들까지 그대로이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감격스럽게 고향의 맛을 음미한 후 코리아타운을 한 바퀴 둘러보았더니 한국 책들로 가득한 서점까지 있었다.
고려서점. 이곳도 가격표가 달러로 표시된 것만 빼고는 한국의 서점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여기서 기념으로 요즘 한국에서 잘 나간다는 신간 소설책을 한 권 샀다.
한국 가격에서 뒷자리 0 세 개를 뺀 후 곱하기 2를 하여 달러를 붙인 가격이다.
즉, 정가 12,800원짜리 책이 25.6달러였다.
어차피 일본에서도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기념품이라 생각하고 비싸도 그냥 샀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코리아타운이 의외로 나의 향수를 자극하여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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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사온 물품들. 가운데 줄 오른쪽에 있는 사진집은 스티브에게서 선물받은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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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의 강서회관 (외부 공사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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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로 유명한 Macy's 백화점. 코리아타운 바로 옆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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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이리하여 미국여행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금요일 아침 JFK공항에 가서 정오에 출발하는 바행기를 타고 14시간을 비행한 후 일본에 도착하니 토요일 오후 4시.

일주일 동안 혼자 집을 지켰을 양군이를 생각하며 서둘러 집에 왔다.

참고로, 양군이에 관해서는 전문 펫시터(pet sitter)에게 하루에 한 번씩 집에 들러 물과 사료를 바꿔주고 화장실 청소와 주변 정리 등을 부탁했었다.
일본에는 펫시터가 자격을 갖추고 정식으로 등록해서 활동하고 있는데 비용은 꽤 비쌌지만 체계적으로 일하고 있어서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흥미로운 것을 하나 발견했는데...
도로변에 일렬주차해 놓은 자동차들의 모습이다.
뉴욕의 교통이 복잡하고 주차 사정이 안좋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렇게 주차해 놓으면 나중에 어떻게 빠져나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범퍼 모서리가 찌그러져 있거나 벗겨져 있는 차들이 많던데 이런 이유 때문일까?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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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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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4 23:59 2009/12/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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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아지맘 2010/02/18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아~ 에이버리 피셔 홀! 뉴욕필 관람! 부럽네요~
    결혼전에 뉴욕 구경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음악과는 관련없는 인생이라 뉴욕필 이런게 뭔지도 몰랐어요ㅋㅋ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기네스 박물관,,,,뭐 그런데나 열심히 찾아다녔더라는....ㅠㅜ

    • PlusAlpha 2010/02/18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앞으로 강아지군 때문에 뉴욕 가실 일 많아질텐데요 뭐...카네기홀 공연이라든가... 뉴욕필 협연이라든가...^^
      일취월장 발전해 가는 강아지군 보면 정말 대견하고 부럽습니다.
      강사마(!) 팬으로서 일본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