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오

일기 2004/11/01 23:29 PlusAlpha
최근들어 그동안 들어본 적 없는 "인생의 정오"라는 표현을 한꺼번에 두 번이나 접했다.
한 번은 어젯밤 EBS 명동백작을 보던중 - 변영로 시인이 글쓰는 장면이었던가 - 그런 말이 나왔다.
그걸 보고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듯 했다.
생각해보니 지금이 내 인생의 정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생을 70이라 할 때 난 딱 절반을 살았으니 정오는 정오다.
그러면서 조금은 서글퍼졌다.
그런데 오늘 "송미령 평전"을 읽다 보니 또 그 표현이 있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누군가 나에게 "넌 지금 인생의 정오를 보내고 있어! 이제부턴 오후야, 정신차려!!" 라고 얘기해주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걸까?
솔직히 내 인생의 오전은 별로 흡족하지 않다.
대학에 합격해서 입학한 이후로는 기쁨이나 성취감에 날아오르거나 잠을 설칠만한 일들이 거의 없었다.
좌절, 자존심 손상, 열등감, 패배감 이런걸로 가슴아파 하고 속상해 하면서 잠못이룬 적은 있어도...-.-
송미령의 아버지 송가수가 성공한 얘기를 보고 있으려니 성공한 사람은 꼭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만으로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기회와 행운이 시의적절하게 찾아와 줘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 운명론자는 되기 싫지만... 아무튼...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올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은 아닐까...?
싱숭생숭... 흐르는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는 11월의 첫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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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1 23:29 2004/11/0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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