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을 돌이켜본다.
그렇게도 호들갑스럽고 떠들썩했던 세상 사람들의 2000년 맞이 대열에 나는 동참할 수가 없었다.
2년 반만에 다시 겪는 엄마의 두 번째 입원과 수술로 인해 만사는 순식간에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종로에서 보신각 종이 울리고 광화문에서는 새천년준비위원회가 주최하는 야심찬 이벤트가 펼쳐지는 동안 나는 서울대병원 51병동 병상옆에서 보호자용 간이침대에 쭈그리고 앉아 서쪽 창문 저편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불꽃놀이의 폭죽소리를 들으며 하늘로 뻗어 이리저리 움직이는 레이저 광선 기둥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해마다 12월 31일 밤마다 꼬박꼬박 쓰던, 1년을 정리하는 年記도 쓸 수 없었다.
병원 전산실 직원들은 행여 밀레니엄 버그로 인해 사고가 생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새해가 밝기 바로 며칠 전, 나는 만 서른살이 되었다.
처음부터 태어난지 일주일도 안되어 '두 살'이 되어버린 나는 항상 억울하게 나이가 부풀려지는 것에 불만을 품고 합리적인(!) 구미식 만(滿) 나이 계산법을 고수하며 20대를 유지해왔던 터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있는 여지없이 완전한 30대에 진입을 한 것이다.
30대가 됨과 동시에 맞이하는 2000년대.
이게 내가 어렸을때부터 그렇게도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기다리고 기대하던 2000년의 실체란 말인가?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엄마는 퇴원 후에도 끔찍하고 괴로운 항암치료를 몇 달에 걸쳐 받아야 했고, 게다가 의료대란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웠다.
직장에서는 회계를 담당하던 젊은 여직원이 그동안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공금횡령을 한 것이 드러나 한동안 썰렁한 분위기였다. 매일 같이 점심먹고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그런 일을 하다니... 실망과 배신감 등 좋지 않은 복잡한 기분때문에 며칠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가 arrange를 담당했고 함께 동행하기로 했던 모 지방의회의 유럽 7개국 연수계획은 입찰에 실패한 관내 여행사의 반발로 인해 지역신문에 근거없는 비방기사가 나기도 하고 절반은 취소되는 등 엉망이 되었다.
또한 내 능력과 노동력을 정당하게 인정해주지 않으려는 보스와 몇 주에 걸쳐 치열하게 연봉협상을 해야 하는 등 일일이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곡절을 직장내에서 겪어야 했다.
사표 쓸 준비를 몇 번이나 했다가 그만두었다.
그래도 여름을 지나면서부터는 전반기에 비해 비교적 일이 잘 풀려간 것 같다.
연락이 끊겨 그동안 보고싶고 궁금해하던 몇몇 옛 친구들을 찾았고, 드림위즈에 칼럼을 개설해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일본에서 초청을 받아 출장을 다녀왔고, 또한 드디어 나의 홈페이지도 갖게 되었다.
돌이켜보기 전에는 아무 한 일도 없이 또 한 해를 지나보내나보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꽤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다.
새해에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새해에는 욕심부리지 않고 소박한 소망만을 갖고 시작하련다.
나와 가족,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내가 이 세상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있고 멋있는 인간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었으면...
아주 사소하더라도 기쁘고 신나고 행복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내가 무심코 누군가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으면...
내가 하는 일에 지치거나 시달리지 않고 즐겁고 재미있게 거뜬히 해낼 수 있었으면...
그리고 좋은 사람들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진정한 의미의 21세기가 지금 막 시작되었다.
이제 새로 출발하는거다!
그렇게도 호들갑스럽고 떠들썩했던 세상 사람들의 2000년 맞이 대열에 나는 동참할 수가 없었다.
2년 반만에 다시 겪는 엄마의 두 번째 입원과 수술로 인해 만사는 순식간에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종로에서 보신각 종이 울리고 광화문에서는 새천년준비위원회가 주최하는 야심찬 이벤트가 펼쳐지는 동안 나는 서울대병원 51병동 병상옆에서 보호자용 간이침대에 쭈그리고 앉아 서쪽 창문 저편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불꽃놀이의 폭죽소리를 들으며 하늘로 뻗어 이리저리 움직이는 레이저 광선 기둥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해마다 12월 31일 밤마다 꼬박꼬박 쓰던, 1년을 정리하는 年記도 쓸 수 없었다.
병원 전산실 직원들은 행여 밀레니엄 버그로 인해 사고가 생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새해가 밝기 바로 며칠 전, 나는 만 서른살이 되었다.
처음부터 태어난지 일주일도 안되어 '두 살'이 되어버린 나는 항상 억울하게 나이가 부풀려지는 것에 불만을 품고 합리적인(!) 구미식 만(滿) 나이 계산법을 고수하며 20대를 유지해왔던 터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있는 여지없이 완전한 30대에 진입을 한 것이다.
30대가 됨과 동시에 맞이하는 2000년대.
이게 내가 어렸을때부터 그렇게도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기다리고 기대하던 2000년의 실체란 말인가?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엄마는 퇴원 후에도 끔찍하고 괴로운 항암치료를 몇 달에 걸쳐 받아야 했고, 게다가 의료대란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웠다.
직장에서는 회계를 담당하던 젊은 여직원이 그동안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공금횡령을 한 것이 드러나 한동안 썰렁한 분위기였다. 매일 같이 점심먹고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그런 일을 하다니... 실망과 배신감 등 좋지 않은 복잡한 기분때문에 며칠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가 arrange를 담당했고 함께 동행하기로 했던 모 지방의회의 유럽 7개국 연수계획은 입찰에 실패한 관내 여행사의 반발로 인해 지역신문에 근거없는 비방기사가 나기도 하고 절반은 취소되는 등 엉망이 되었다.
또한 내 능력과 노동력을 정당하게 인정해주지 않으려는 보스와 몇 주에 걸쳐 치열하게 연봉협상을 해야 하는 등 일일이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곡절을 직장내에서 겪어야 했다.
사표 쓸 준비를 몇 번이나 했다가 그만두었다.
그래도 여름을 지나면서부터는 전반기에 비해 비교적 일이 잘 풀려간 것 같다.
연락이 끊겨 그동안 보고싶고 궁금해하던 몇몇 옛 친구들을 찾았고, 드림위즈에 칼럼을 개설해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일본에서 초청을 받아 출장을 다녀왔고, 또한 드디어 나의 홈페이지도 갖게 되었다.
돌이켜보기 전에는 아무 한 일도 없이 또 한 해를 지나보내나보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꽤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다.
새해에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새해에는 욕심부리지 않고 소박한 소망만을 갖고 시작하련다.
나와 가족,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내가 이 세상을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있고 멋있는 인간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었으면...
아주 사소하더라도 기쁘고 신나고 행복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내가 무심코 누군가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으면...
내가 하는 일에 지치거나 시달리지 않고 즐겁고 재미있게 거뜬히 해낼 수 있었으면...
그리고 좋은 사람들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진정한 의미의 21세기가 지금 막 시작되었다.
이제 새로 출발하는거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