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라는 것을 처음 타본 것은 대여섯살 무렵,
그때 진해에 사시던 이모 댁에 놀러갔을 때인 것으로 기억한다.
진해 시내에 있는 탑산이라는 곳에 갔었는데
끝도 없어보이던 그곳의 계단이 365개라고 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 탑산 꼭대기의 '탑'에서 엘리베이터를 타 보았다.
한 4~5층...? 별로 높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서
시내를 내려다보도록 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기억은 확실치 않다...-_-
이 글을 쓰면서 부모님과 이모에게까지 확인해보니
다들 거기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신다...
난 분명히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분명히 아버지가
"이게 '에레베타'(그 당시의 통칭)라는 거란다."라고
가르쳐주셨는데...T_T)

그때 무척 신기하다는 호기심과 함께
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던 기억만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뒤로 한동안 엘리베이터를 탈 기회는 별로 없었다.

어쩌다가 '서울구경'을 가서 엘리베이터 앞에 있으려면
괜히 주눅들곤 했다.
내려갈거니까 <↓>버튼을 눌러야 할지
어서 날 태우러 올라오라고 <↑>버튼을 눌러야 할지
항상 혼동되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강의실을 오르락거리면서
무슨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비로소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엘리베이터가 지금처럼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이곳, 18층짜리 빌딩의 10층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여기 있는 엘리베이터는
눈 깜짝할 사이에 꼭대기까지 데려다주는
고속 엘리베이터라서
요즘은 다른 건물의 1초에 1미터씩 올라가는
보통 엘리베이터를 우습게 보기까지 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고보니 다 똑같아 보이기만 하던 엘리베이터에서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는가.
엘리베이터 문에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서
[열림]버튼을 누르며 기다리지 않아도
타고 내리는 사람이 문 앞에 있는 한
저절로 닫히는 일이 없도록 해 놓은 엘리베이터도 있다.
속도가 매우 빨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덜컹거리지 않아서
옛날처럼 현기증을 느끼지도 않는다.
문이 열릴 때마다 목소리로 층수를 알려주는 엘리베이터도 있다...

그런데 오늘 엘리베이터를 타다가 한 가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16층에 볼 일이 있어서 다녀오다가
내려야 할 10층의 버튼을 누른다는 것이
그만 평소의 버릇대로 1층을 누르고 말았다.
얼른 다시 10층을 누르고 내릴 수 있었지만
(고속이기 때문에 잠깐 한눈팔면 금세 1층까지 가버린다^^;)
그 엘리베이터는 쓸데없이 텅 빈채로 1층까지 내려가야 했다.

이런 경우 한 번 누른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다시 취소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PC의 caps lock key나 Insert key처럼 toggle식으로 하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처음엔 약간의 혼란이 생기기는 하겠지만
요즘처럼 격층제 운행이다, 주간운휴다 해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온갖 궁리를 다 하는 시대에
이런 방법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어딘가에 그런 엘리베이터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상, 엘리베이터에 관한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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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2 12:27 2000/12/1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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