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공항 에피소드

글모음/여행 1993/02/22 00:39 PlusAlpha
몇 년 동안이나 편지로 연락을 주고 받던 일본친구들이 몇명인가 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겨울휴가때 일본에 가겠다고 한마디 해놓았더니 편지 가 올 때 마다 언제 오느냐고 빨리 오라고 야단이다. 여행기간중 하루쯤은 그들을 만나러 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공 항까지 마중나와 주겠다고 집으로 국제전화도 해 주었다. 그래서 아무런 걱정없이, 혼자 자신만만하게, 몇년만에 친구들을 만날 것을 기대하며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는데, 출구에서 반갑게 맞아줄 줄 알았던 친구 들이 아무도 없는게 아닌가...! 너무 오랜만이라 얼굴을 못알아보는건가...? 내가 너무 일찍 나온건가...? 무슨 사정이 생겨서 못나왔나...? 혹시 약속 해놓고 잊어버린건 아니겠지...? 여기 말고 다른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건가...? 공항 직원에게 물어보니 내가 나온 출구 말고 또 한군데의 출구가 있다고 했 다. 아뿔싸, 시간은 약속했어도 그 넓은 공항에서 정확한 장소를 약속하지 않 은 것이다. 황급히 그 곳까지 가봤는데 역시 없다. 이쪽에서 찾다 보면 '혹시 지금 저쪽에서 날 찾고 있는것 아닌가?'하는 생각 이 들어 가보고, 저쪽에 없으면 또 이쪽이 궁금하고... 그러길 30분... 점점 초조해지고 불안하고 어디서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막막하고 황당했다.

그러는 순간 장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물론 일본어라 정확히 기억은 안나고 확실한 것은 내 이름 석 자 였다. 아마도 'JAL 952편으로 서울에서 오신 이 지연님은 지금즉시 안내대로 와주시기 바랍니다..'하는 내용이었겠지... 얼마나 반가웠던지...급히 달려가 보니 하나도 변하지 않은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격의'상봉 !!! 그들도 많이 헤맸다고 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누군가와 공항에서 약속을 할 때는 꼭 정확한 장소 를 정해야 한다는것, 이 글을 읽는 분은 명심하시길... 참고로 덧붙이면, 내가 공항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헤매고 다니며 돌아본 결과 약속장소로 가장 적당하다고 점찍어 둔 곳은 양쪽 출구 사이에 '만남의 장소'처럼 둥그런 의자가 놓여있는 곳이다. 이곳은 사람도 별로 없고 찾아보 기도 좋을 듯 하다. 사람들이 많을 것 처럼 생긴 곳인데도 왜 잘 이용하지 않 지...? 나처럼 몰라서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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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2/22 00:39 1993/02/2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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