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는 양력 1월 1일이 "설날"이었고 음력 1월 1일은 "구정"이었다. 그때는 국가에서 양력 사용을 강제하고 음력 설 쇠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설날"을 양력에게 넘겨주고 "구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80년대에 음력 1월 1일 하루를 "민속의 날"이라고 하여 공휴일로 지정했고, 다시 얼마 후 음력 1월 1일이 사흘 연휴가 되면서 "설날"이라는 명칭을 되찾게 되었다. 그 이후로 달력에는 음력 1월 1일에 "설날"이라고 적혀있고 신문 방송에서도 "구정"이라 하지 않고 "설날"이라고 한다. 즉, 음력 1월 1일이 "설날"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되찾은 지가 20년도 넘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구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요즘은 설날은 없고 구정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도 든다. 물론 "신정"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말할 때는 "구정"이라는 말도 쓸 수는 있겠지만, 요즘 상황은 그런 것이 아니라 아예 "설"과 "구정"이 혼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우리의 동요 "설날"도 "구정"으로 제목이 바뀌고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가 "까치 까치 구정은 어저께고요~" 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 아닐지...-_-;

나는 "구정"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지켜 내려온 우리의 명절 "설"은 제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정"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치 누군가가 내 이름을 다르게 바꾸어 부르는 것처럼 어색하고 귀에 거슬린다. 모든 사람들이 "설날"을 "설날"이라고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 이번주 레슨일지는 선생님 사정으로 한 주 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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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2 21:57 2007/02/1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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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웰빙백수 2007/02/13 2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죄송해유.. 입에 배어서....

    그나저나 이번 설은 토일월이구만.. 원래도 쉬는날인데 왜 비상근무를 하라는건지... 평일에 연휴가 꼈다면 말을 안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