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로부터의 소식

일기 2000/10/04 17:37 PlusAlpha
동창을 찾는 사이트에서 쪽지가 날아왔다.
초등학교때 앞집에 살면서 친하게 지냈던 T이다.
남동생 이름은 M이어서, 늘 딸과 아들의 이름이 뒤바뀐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 남매였다.
T는 나보다 키가 훨씬 커서 같이 다니면 남들이 친구사이라기 보다는 언니와 동생처럼 보았다.
6학년때 광주로 이사갔고 1년 뒤인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딱 한 번 우리집에 놀러온 이후로는 연락이 끊어졌다.
만 18년하고도 몇 달 만이었다.
T는 작년에 결혼했고 지금 미국에 살고 있다고...

T와 친하게 지내던 무렵 우리 집에는 여러가지 동물들을 앞마당에 키우고 있었다.
개는 고정멤버였고 닭, 오리, 토끼, 새... 등등은 교체멤버였다.
수원도 시골은 아니었기 때문에 집에다 이런 동물들을 키우는 것이 평범한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T의 기억속에는 그 장면이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T가 전학가기 며칠 전 추석날 둘이 같이 한복을 입고 집 앞에서 같이 사진찍던 것이 기억난다.

T에게 보내는 답장에
"나는 그동안 특별히 인생의 극적인 전환 같은 것 없이 그냥 평범하고 지루하게 지내고 있다. 극적인 장면이라면 엄마가 좀 아파서 힘들었던 것 정도일까..." 라고 적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너무나 단조롭고 지루한 인생이다.
지독한 시련을 겪지 않고 지낸 것이 어찌보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나 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감에 젖어본 적도 없다.
내가 무의식중에 그런 변화에 너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은 앨범을 뒤져 T와 찍은 그 사진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0/10/04 17:37 2000/10/04 17:37

트랙백 주소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