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Tokyo Disneyland에 갔다. 그날은 하루종일 장마철같은 굵은 비가 내렸다. 덕분에 사람이 적어서 좋은 점도 있긴 했지만... 함께 동행해 준 일본인 친구의 말로는 이렇게 사람이 없는 적은 별로 없다고 했다. 평소에 몇시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을 길어야 10분 정도면 들어갈 수 있었다. Star Tours 라는 Attraction을 타고 나왔는데 (마치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체험하는 듯한 놀이기구로 의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파카 주머니에 있던 지갑이 없어졌다. 그곳에는 여권과 신분증, 그리고 꽤 많은 돈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눈앞이 캄캄해 졌다. 계속 주머니를 확인하면서 다녔는데 잠깐 마음 놓고 있었더니... 일본도 별 수 없구나 그 와중에도 이런 생각들이 스쳐갔다.

일본 친구에게 말했더니 Star Tours에서 나올 때 그곳 직원이 떨어진 지갑 줍는 것을 봤는데, 설마 우리 것은 아니겠지 하고 그냥 왔다고 했다. 그래서 부리나케 찾아가 물었더니, 친절하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전화로 연락을 하더니 2~3분쯤 후에 다른 직원이 내 지갑과 함께 무슨 서류를 가져왔다. 거기에는 지갑을 주운 장소, 시간, 주운 사람, 지갑안의 내용물 - 여권, 만엔짜리 몇장, 천엔짜리 몇 장, 한국돈 얼마, 신분증에 적힌 이름...등등이 너무나도 자세하게 적혀 있었고,

나에게 그 지갑에 있는 이름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만한 신분증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다행히 따로 가지고 있던 유스호스텔 회원증과 미리 만들어간 한자로 된 명함이 있어서 그 서류에 내 주소와 이름을 쓰는 것 만으로 어려움 없이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지갑이 없다는 것을 알고부터 찾기까지 불과 10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정말 식은땀이 났다. 이렇게 분실물을 철저하고 성의있게 찾아주는 일본사람들에게 놀랐고 고마웠다. 게다가 자기네가 찾아주고도 나에게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감사합니다) 라고 하는 모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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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2/09 23:48 1993/02/0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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