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에서의 007식 접선

일기 2001/03/09 18:49 PlusAlpha
黑木(Kurogi)씨는 40대 중반의 일본 아저씨인데 한 여자고등학교의 선생님으로 이번에 수학여행단을 인솔하고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 이메일을 통해 한국의 날씨부터 시작해서 한국에 대해 궁금해 하는 여러가지를 알려주곤 했는데 동료 선생님으로부터 일본에서 구할 수 없는 희귀한 한국책을 사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책은 LG상록재단에서 발행한 "한국의 새"라는 책의 영문판인데,
알아보니 최근에 새로 막 출간된 책이고 시중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다행히 교보문고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해서, 내가 사다가 전해주기로 한 것이다.

수학여행 스케쥴이 있어서, 학생들이 롯데월드에 들어가 자유시간을 보내는 동안 한두시간 정도밖에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고, 그것도 '근무지'인 롯데월드를 이탈하면 안될 것 같다고 해서 생전 가보지도 않았던 롯데월드까지 가게 되었다.

얼굴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려니 좀 긴장이 되았다.
부탁받은 그 책을 손에 들고 007미팅처럼 '접선'을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생각보다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음... 지금 생각해보니 매우 우스운 장면이군...

어렸을 때 학교를 수원에서 다닌 덕분에 중고등학교 6년동안 거의 1년에 한 번 꼴로 '자연농원(현재의 에버랜드)'과 '민속촌'으로 소풍을 다녔다.
그래서 롯데월드를 막연하게 에버랜드와 비슷한 곳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처음 들어가 보니 (제대로 안돌아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규모는 매우 작아보였다.

안에 있는 식당들도 제대로 영업을 하지 않아서 헤매고 다니다가
간신히 발견한 한국식당에서 콩나물 국밥을 얻어먹고 나카지마 미유키라는 가수가 부른 CD를 하나 얻어왔다.
이것도 최근에 새로 발매된 앨범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듣던 일본 여가수와는 좀 다른 독특한 분위기였다.
자켓에 있는 사진은 무슨 중세 유럽의 공주님 같은 분위기인데 노래는 뭐랄까 CM송과 비슷한 발성법으로 부르고 있었다.

어쨌든 어제는 평상시에 쉽게 체험하기 힘든 경험을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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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09 18:49 2001/03/0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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